- 엘살바도르, 대선 앞두고 대통령 주체 파격 단행
- 집권당 과반 유지하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도
중남미에 위치한 엘살바도르 정부가 국회의원 수를 한 번에 30%를 감축하는 법안을 발표하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지출을 줄이고 인구대비 너무 많은 의원 수인 현행제도에서 이를 조정하겠다는 목표이지만 일각에서는 집권 여당의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쿠바 국영통신인 프렌사 라티나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전날 의호 의석수를 기존 84석에서 60석으로 감축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곧 개정안이 관보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의석수 개정안은 내년 2월 치러질 예정인 총선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 지출을 줄이고, 투표의 평등을 촉진하고, 민주적 선택을 수행하며 국민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부켈레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조처는 1992년 체결한 ‘가짜 평화협정’ 이전으로 의석수를 되돌리는 것”이라며 “대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1980년부터 시작된 12년간의 내전을 수습하던 과정에서 의원 수를 84석으로 확정한 바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담함으로 치부하며 평화협정의 의미 자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이전부터 계속해왔다. 이번에 개정된 법안에는 현재 262명인 지방자치단체장도 44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규정도 담겼다.
총선을 앞두고 부켈레 대통령은 최근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국가지출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의원 수도 대폭 감축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질적인 문제인 갱단 척결 정책을 추진해 국민들의 지지도 높아지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많은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도둑질에만 전념하여 주민들로부터 사익을 취하고 있다”며 의원 수 줄이기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켈레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새로운 생각’ 측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엘살바도르 시민단체인 ‘시민행동’의 정치 분석가인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는 “집권당이 과반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야당이 대부분 ‘삭제’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선거구 변경을 통해 집권당은 최대 80%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아름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