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술한 한의사 유가족에 5억여 원 배상 선고
- 응급처치 도왔다 손해배상 휘말린 가정의학과 의사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인정
- “응급의료 법률 등에 따른 선의의 응급의료 면책 조항에 따라 책임 못물어”
봉침 시술 후 응급상황에 빠진 환자의 처치를 도왔다가 손해배상 소송에 휩싸였던 가정의학과 의사가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으며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인정받았다. 유가족들은 문제가 된 한의원 인근에서 진료를 보고 있던 가정의학과 의사가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선의의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을 들어 해당 가정의학과 의사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9일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한의원에서 한의사에게 봉침 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사망한 환자의 사건에서 해당 한의사의 협진 요청을 받아 응급처치를 한 가정의학과 의사 B씨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봉침 시술을 한 A씨에게는 피해자의 유족인 남편에게 2억 3993만 원, 부모에게 각각 1억 5006만 원 등 총 5억 4005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앞서 1심 재판부가 A씨에게 피해자 유족 측에 총 4억 7148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한 것에서 인용 금액을 조금 더 부과한 것이다. 의사 B씨는 해당 1심에서도 배상 책임이 없다고 선고받았다.
당시 유족들은 의사 B씨에 대해서도 “민법 제734조에서 정한 사무관리자의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피해자 C씨에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에피네프린 투여, 응급 심폐소생술, 119지원요청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했었다.
선관주의 의무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의 약칭으로 채무자의 직업이나 채무자가 속하는 사회, 경제적 지위 등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다하는 의무를 말한다.
특히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B씨가 에피네르핀을 즉각 투여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유족은 “B씨가 환자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 한의원과 같은 층에 있는 본인의 의원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에피네르핀과 덱사메타손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투여가 지연됐고, 기관 삽관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에서 명시하고 있는 선의의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에 따라 B씨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법률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그 행위자에게 민사책임을 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흔히 ‘착한 사마리아법’의 일부분이다.
해당 소식에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르는 확률은 회복이 되는 확률보다 높다. 구조 활동을 한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의사가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사실상 입증해야만 하고, 그렇지 못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태도는 인간인 의사를 신으로 보는 것과도 같다”라며 “온당한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선한 사마리아인을 더 이상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응급처치시,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 개정안, 일명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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