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양한 발사체 내부서 발견... 북한 미사일 기술 수준 확인할 기회
군이 지난 15일 서해상에서 인양에 성공한 북한 발세체 2단 동체에서 로켓 엔진의 핵심 구성품인 ‘터보 펌프(Turbo Pump)’를 발견해 이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수준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을 확보한 셈이다. 군은 3단 부위에 이어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체 1단 동체 등 추가 잔해에 대한 수색·인양 작전도 이어가고 있다.
28일 군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최근 인양한 2단 동체 내부에서 백두산계열의 엔진 터보 펌프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고, 이를 미군 정보당국과 함께 정밀 분석하고 있다. 터보 펌프는 액체 연료를 로켓 엔진에 공급하는 장치로, 노즐·연소기·가스발생기 등과 함께 로켓의 핵심 구성품으로 꼽힌다.
이번 2단 동체에서 터보 펌프는 화염을 뿜는 원형 노즐 1개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 전문가는 “북한이 ‘천리마 1형’이라고 명명한 발사체는 러시아가 개발한 추력 90tf(톤포스)급 RD-250 엔진을 역설계한 백두산 계열의 엔진을 한 단계 더 개량한 신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주발사체, ICBM 등에 사용되는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추력 엔진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리마 1형은 백두산 계열의 엔진이 1단에 2개, 2단에 1개 총 3개로 엔진 구성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백두산 엔진의 추력은 80tf로 1단은 총 160tf, 2단이 80tf의 추력을 얻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군 소식통은 “2단 동체의 직경은 2.3~2.8m 정도로 상단부에서 하단부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였다”면서 “2단 동체에서 발견된 터보 펌프도 노즐 1개와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군은 잔해 중 러시아산으로 추정되는 부품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해 러시아 등 우방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제작 부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단 동체의 터보 펌프에서도 다수의 러시아산 추정 부품이 확인됐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정교하게 부품을 제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주요 부품에 있어서는 러시아 등으로부터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터보 펌프 등 2단 동체의 잔해를 통해 천리마 1형이 발사 실패한 원인도 역으로 추적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터보 펌프의 상태와 성능을 분석하면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고 연소됐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31일 북한이 ‘천리마 1형’을 발사한 이후 지난 20여 일간 잔해, 북 공개 영상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2단 엔진 고장과 노즐 방향 조절기 오작동을 실패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2단 동체와 터보 펌프 등 주요 부품들을 속속 확보함에 따라 엔진 뿐만 아니라 북한 발사체의 비행 방향 전환 기술 수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단 추진체에는 엔진 각도를 조정해 방향을 바꾸는 짐벌(gimbal) 기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에 확보한 잔해를 통해 짐벌 장비 수준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천리마 1형 발사와 관련해 “무리하게 경로를 변경하다가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며 “북한 발사체가 과거엔 1·2단의 비행경로가 일직선이었는데 이번 천리마 1형은 통상적인 경로보다 다소 서쪽으로 치우진 경로로 설정해 횡기동을하며 동쪽으로 무리한 경로를 변경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방향 조정 관련 신형 기술을 이번에 시도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군은 최근 전북 군산 서쪽 240여 km 해상에서 2단 동체와 다른 잔해도 함께 인양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분석작업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잔해가 천리마 1형 3단 부위에 탑재됐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라는 관측도 나오기도 했지만 합참 측이 이를 부인했다. 군은 천리마 1형 추락 인근 해상에 만리경 1호를 비롯해 아직 찾지 못한 발사체 1단, 3단 등 여러 잔해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와 군은 북한이 우리의 잔해 수색·인양 과정을 예의 주시하는 상황에서 잔해 수색·분석 결과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지 고심 중이다. 천리마 1형 낙하 지점 인근에는 여전히 중국 군함도 활동하며 한국 군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추후 건져낸 잔해 분석이 끝나더라도 상당 기간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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