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국 차단 조처는 국내 유입 시기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국내에 유입될 수밖에 없을 것
- 델타 변이를 뚫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델타 변이에 견줘 더욱 높은 전파력을 가졌을 것이란 전망
위드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5차 유행이 가시화된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국제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객관적으로 정리된 역학 자료가 없어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을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세계 각국은 앞다퉈 국경 통제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견줘 더욱 높은 전파력을 가졌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코로나19 우려 변이
오미크론이 지난 11일 처음 발견된 뒤 남아공이 지난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지 이틀 만에 '우려 변이'로 지정되었다. 참고로 델타 변이는 '관심 변이'에서 우려 변이로 분류되는 데 9개월이 걸렸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더 강하고, 면역회피(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공격을 피해 감염시키는 것) 우려로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추고 재감염의 우려도 있어 변이로 분류했다”(유럽질병센터)
◆ 각국의 오미크론 변이 대응 조치는?
28일 기준 외신을 종합해 보면 지금까지 오미크론 감염 확진이 확인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영국, 독일,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 벨기에, 호주, 이스라엘, 홍콩, 네덜란드, 덴마크, 캐나다, 프랑스 등 총 15개국이다.
한국 | 아프리카 8개국에서 오는 외국인 입금 금지 |
이스라엘 | 모든 여행객 입국 전면 금지 |
영국 | 남아공·보츠와나·말라위 등 적색 국가발 항공편 임시 중단 |
유럽연합(EU) | 회원 27개국의 남아프리카 7개국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 일시 제한 동의 |
이탈리아 | 지난 2주간 남아프리카 지역 방문 여행객 입국 금지 |
프랑스 | 남아프리카발 항공편 48시간 입국 중단 |
미국 | 남아공·보츠와나·말라위 등 8개국 여행 경보 4단계 |
홍콩 | 남아프리카 8개국에서 오는 여행객 입국 금지 |
◆ 국내 전파 가능성은?
코로나19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의 선제적인 남아프리카발 입국 통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미크론 변이는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입국 차단 조처는 국내 유입 시기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국내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퍼질 것이기 때문에 앞서 델타 변이와 똑같은 양상이 될 것이다. 막는다고 노력은 했지만 지난여름 델타 변이가 한국에 들어와서 주요 변이로 자리 잡는데 한 달이 채 안 걸렸다. 위드 코로나로 국민들의 해외 이동이 델타 변이 당시보다 몇 배는 늘어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면 한국은 바로 확산될 것이다”(감염내과 교수)
“앞서 델타 변이가 유입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기간 중에 확산했는데, 아직도 여기에 대한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들어오면 결국 비슷하게 퍼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되는 시점엔 이미 국내에서 상당히 퍼져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방역 전문가)
◆ 백신 회사들의 반응은?
현재 백신 제조사들은 항체와 백신에 의해 생성된 T 세포로 알려진 면역 체계 작용제가 오미크론 변이로부터 보호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우선 기존 백신이 새로운 변이체에 대항할 수 있는 충분한 중화 항체를 생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 중인 실험실 테스트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항체 수치가 높게 유지된다면 기존 백신이 효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해당 실험의 결과는 12월 중순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ㅣ화이자ㅣ
“변이종이 백신 면역력을 회피하는지, 우리 백신의 수정도 필요한지 등 데이터는 연구를 거쳐 2주 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새 변이에 맞춘 백신을 6주 내로 개발해 100일 이내에 출고할 수 있다”
ㅣ모더나ㅣ
“모더나 백신과 같은 mRNA 백신의 놀라운 점은 매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부스터샷(추가접종) 개발을 시작했다. 최초 실험용 백신이 만들어지는 데 통상 60~90일 걸린다”
◆ 오미크론 변이의 특징
오미크론은 항체 결합 부위인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서 주로 돌연변이가 생겼다. 유전자에 5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중 32개는 코로나19가 인체 세포에 결합하는 열쇠 격인 스파이크에서 발생하였다. 이 수치는 델타 변이가 스파이에 돌연변이가 16개 발생한 것에 비하면 두 배나 되는 것이다.
◆ 높은 전파력에 주목
오미크론 변이는 남아공 현지에서 그동안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델타 변이를 뚫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델타 변이에 견줘 더욱 높은 전파력을 가졌을 것이란 전망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정보가 많지 않아 조심스러운 단계이지만 남아공에서 분석되는 변이 중 거의 100%가 오미크론 변이로 나온다. 미뤄 짐작하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델타 변이보다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감염내과 교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6으로 잡으면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은 10 정도 된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을 종합하면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제일 낮게 잡아도 델타 변이에 비해 30% 정도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확산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거의 2~3배까지도 빠르다”(방역전문가)
◆ 치명률은 낮을 수도 있어
하지만 전파력이 높은 반면 치명률을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는 치명률이 높아지면 전파되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치명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는 없지만 언론 보도에선 주로 경증 환자들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상이 다른 코로나19 확진자와는 아주 다르지만 증상은 가벼웠다. 한 젊은이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고, 열이 나고 맥박이 빨리 뛰던 6살 어린이는 이틀 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감염내과 교수)
“꼭 전파력이 강해진다고 해서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할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치명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이라 치사율·치명률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감염내과 교수)
◆ 면역 회피 가능성은?
전문가들이 가장 긴장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오미크론의 '면역 회피' 가능성이다.
남아공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에 이르는 돌연변이가 생긴 오미크론 변이는 양상이 매우 이례적이고 전파력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처럼 돌출된 부분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손잡이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전파력이 더 커지거나 백신 접종·감염 등으로 이미 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 체계를 피해 감염(돌파 감염·재감염)을 일으킬 수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면역을 회피해 돌파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았다.
“우리가 바이러스 변이를 연구할 때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 유무를 유심히 관찰하는데 오미크론은 기존의 주요 변이(알파·베타·델타·감마)를 모두 갖고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재감염을 거듭하면서 기존에 있던 변이를 모두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 변이가 지난해 6월께 독립적으로 분리됐다가 최근에야 갑자기 나왔는데 여러 변이의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감염 통제가 안 돼 재감염에 의해 진화될 동안 유전자 분석으로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감염내과 교수)
“기존 백신의 감염예방효과 감소는 이미 델타 변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인됐고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델타 변이보다 더 큰 변이가 있다면 결국 백신의 보호 효과도 떨어지고 돌파감염이 늘어나 기존 백신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제약회사 관계자)
◆ 항체치료제의 치료 효과도 떨어질 전망
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감소하면, 항체치료제의 치료 효과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으로 작용하는 항체치료제 계열은 효과가 낮아질 수 있으나,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낮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도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은 모른다. 경구용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작용하지 않고,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의 효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최근 머크사가 몰누피라비르의 치료 효과가 50%라고 했다가 30%로 수정해 경구용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임상에서 써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제약회사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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