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사 조치 늦어 신생아 뇌성마비, 12억 배상”... 의료계 "분만 인프라 붕괴"

- 수원지법 평택지원, 산부인과 의사 손해배상 책임 인정
- “태동 약해 내원 환자 간호사 아닌 전문의가 직접 확인하고 살폈어야”
- 의료계 “가혹한 판결로 분만 인프라 붕괴 가속화될 것”

법원이 병원 측의 늦장 대처로 인해 신생아에게 뇌성마비 장애가 발생했다며 전문의에게 약 1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높은 배상 금액에 의료계는 가뜩이나 붕괴 위기에 놓여있는 분만 인프라를 더욱 궁지로 몰아세웠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신생아 뇌성마비에 대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분만의가 환자와 가족에게 12억 5552만 2190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1월 유도분만 예정일 하루 전부터 태동이 약하다고 느껴 B병원을 방문해 태동검사(non-stress test, NST)를 받았다. A씨의 태동 확인과 NST는 간호사가 진행했다. 이후 A씨는 오후 11시 30분 경 내원해 입원했고 B병원 의료진이 태아곤란증 상황을 인지한 것은 약 1시간 30분 뒤인 다음 날 새벽 1시경이었다. 분만을 진행한 산부인과 전문의 C씨가 A씨의 상태를 처음으로 직접 확인한 시각은 오전 1시 12분경이었다.

이에 A씨 측은 B병원의 의료진이 NST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는 등 상태 관찰을 주의깊게 하지 않았고 태아곤란증이 발생한 뒤에도 뒤늦게 분만을 시작해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진료기록감정 촉탁의도 태아곤란증에 빠진 시간을 오전 0시 27분~33분 무렵으로 판단해 실제 의료진이 30분 가까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과 의료감정 등을 바탕으로 전문의 C씨의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내원한 직후 간호사가 아닌 전문의인 C씨가 함께 진료하면서 태동 감소 여부와 정도를 확인했다면 추가 검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추가검사를 했다면 태아곤란증을 더 빨리 발견해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적시에 취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C씨가 내원 즉시 태아곤란증을 염두하고 A씨를 직접 진료하고 태아곤란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며 “산모와 태아 상태를 계속 면밀히 측정·관찰하면서 즉각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이 했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이미 B병원에서 출산한 경험이 있는 경산부다. C씨 입장에서는 환자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분만 과정에서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 예견하기 어렵다”며 “또한 분만실에 도착한 후로는 적절하고 신속하게 조치했고 출산 후 신생아를 소생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책임을 70%으로 제한했다.

이에 대법원은 산부인과 전문의인 C씨에게 손해배상금 11억 7152만 2190원과 위자료 8400만 원을 포함해 총 12억 5552만 219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판결 결과가 알려지자 의료계는 분만 인프라 붕괴를 가속하는 판결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의료계는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고까지 의료진에 무거운 책임을 물기 시작한 기조에 의해 산부인과 분만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분석하고 있다.

24일 직선제대한산부인과는 성명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분만실을 지키며 헌신하는 분만의 사기를 떨어트렸다”며 “이번 판결은 분만의가 가능한 책임질 일 없는 방어진료를 하거나 분만을 중단하도록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만은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동반되는 의료행위다. 보건의료인이 주의의무를 충분히 다했다고 해도 산모와 태아, 신생아의 사망이나 신생아 뇌성마비는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 판결도 결국에는 분만 인프라만 더욱 악화시킨다고 했다. 선의의 의료행위조차 가혹하게 처벌하고 천문학적인 거액을 배상하도록 판결하면 결국 분만위는 위축되고 재정난에 빠져 결과적으로 분만 인프라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 사건 재판부를 포함해 전국 각급 법원에서 의료분쟁 소송을 진행하는 재판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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