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생아 뇌성마비, 의료진 과실 없다” 판결... 12억 배상 사건과 차이점은?

- ‘6억 원대 손해배상’ 또 다른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 이번에는 의료진 과실 없다 판결
- 환자 측 “분만일 전 양수 적정수준보다 많았으나 추가 검사 없고 제대 탈출 방지도 못해” 주장
- 재판부 “양수 다소 많았지만 양수과다진단은 아냐... 제대탈출 예상도 불가능”

최근 분만 도중 의료진 과실로 인해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했다는 것이 인정되며 12억 원 대 손배배상 판결이 내려져 의료계에서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또 다른 뇌성마비 신생아 사고와 관련해 의사와 병원 측의 과실이 없다고 판결이 내려져 비슷한 두 사고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신생아 뇌성마비 사고에 의료진 과실이 있다고 환자 측이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2월 유도분만 예정일에 맞춰 오전 9시경 B병원에 내원했다. 내원 직후 내진과 태동검사(Non-Stress Test, NST)를 진행했고,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초음파 검사를 생략했다. 이후 유도 분만을 위해 9시 30분경부터 옥시토신을 투약받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8시 5분 경 A씨의 상태를 살피던 간호조무사 C씨가 양막 파열 후 태아 심장박동수가 90~160회에서 5분 뒤 분당 90회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했다. 이후 14분경 내진에서 “탯줄이 손가락처럼 가로로 잡힌다”며 산부인과 전문의 D씨에게 알렸다.

산부인과 전문의 D씨는 보고를 받자마자 분만실로 향해 제대탈출 여부를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심장박동수는 회복이 되지 않았고, 응급처치가 여의치 않자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제왕절개를 통해 8시 30분경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한 아이가 심장박동과 호흡이 없고 청색증이 나타나자, 의료진 응급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상태가 다시 호전세를 보이자 9시 13분 경 인근 상급병원이었던 E병원으로 전원했다. 신생아는 E병원에서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와 경직성 뇌성마비 등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A씨 측은 B병원의 과실로 인해 신생아가 영구적 손상을 입었다며 손해배상금으로 총 6억 3986만 3259원에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분만일 이전 B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을 당시 양수가 적정 수준보다 많았으나 정작 분만 당일에는 초음파검사를 생략해 양수과다증을 대비하지 못했고 제대탈출을 방지하는 것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막 파열 직후인 오후 8시 5분경 간호조무사 C씨가 이상 소견과 제대탈출 증상을 확인하고도 산부인과 전문의 D씨에게 즉시 알리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삼았다. 이로인해 산부인과 전문의 D씨가 직접 진단하기까지 최소 16분 이상 지연됐고, 이 시간 동안 간호조무사 C씨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사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내진하고 판단하면서 전문의의 진단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은 “제대탈출 시 산소 공급을 유도해 저산소증을 피했어야 했는데 병원 의료진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제왕절개술이 지연되지 않았으면 무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경증에 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적정량보다 양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양수과다증 진단은 나지 않았다. 분만 전에 제대탈출을 예상할 방법도 없었다”며 “유도 분만 직전 초음파 검사를 했어도 제대탈출 발생 가능성을 완벽하게 예상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양막 파열 후 제대탈출 진단이 늦어졌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8시 5분에서 10분 경 태아의 심장박동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해서 바로 제대탈출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간호조무사 C씨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D씨의 지시 및 감독 아래 분만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내진한 것이기에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감소했다고 곧바로 제대탈출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간호조무사 C씨는 8시 10분경 심장박동수가 감소하자 A씨에게 내진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14분경 제대탈출을 확인하자 곧바로 의사에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B병원 간호조무사 C씨는 제대탈출을 확인한 즉시 산부인과 전문의 D씨에게 보고했고, D씨도 즉시 분만실로 달려와 응급처치를 시도했다”며 “태아 심장박동수가 회복됐다가 다시 떨어지자 처음 제대 탈출이 확인된 지 약 7분 만에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지시하고 곧바로 수술실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응급제왕절개수술로 신속하게 분만하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다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과실로 삼을 수 없다”며 “개인 병원임을 감안했을 때 제왕절개술이 지연됐다고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출산 이후 응급처치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A씨 측은 의료진이 “장시간 기관삽관에 실패하고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으며 기관삽관 튜브를 부적절한 위치에 삽입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산부인과 전문의 D씨는 출산 직후 신생아에게 앰부배깅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5분 뒤 도착한 소아과 전문의 F씨도 함께 기관삽관을 했다. 이후 아기의 심장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회복됐고, 청색증도 약간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8시 38분경 심장박동수가 120회를 넘었고 9시 19분경 E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100회 이상을 유지했다”며 “의료진이 성공적으로 응급처치와 기관삽관을 했고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의료진이 제왕절개수술 위험성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제대탈출 발견 전까지 유도분만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양수과다증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제왕절개술 적응증도 아니다. 병원이 제대탈출을 확인하고 태아 심장 박동 감소 전에 미리 제왕절개술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없다. 제대탈출 진단 전까지 유도분만도 정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산모나 태아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어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A씨에게 제왕절개수술 시도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 측 청구가 모두 이유 없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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