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실 내원환자 MRI 검사에도 혈종 못찾고 의원급으로 전원
- 결국 며칠 뒤 다시 내원해 수술 받았으나 하지마비에 보행 장애
- 법원, 전공의에 ‘주의의무 위반’ 지적
대법원에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MRI 검사를 진행한 후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시켰다가, 결국 하지마비로 보행에 불편함이 생기한 전공의에게 의료과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원심에서는 당시 상황을 비추어 봤을 때 해당 전공의가 환자를 전원시킨 것이 진료방법의 선택에 있어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해당 전공의가 MRI 판독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2일에 허리통증으로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해당 병원 내 정형외과 C전공의로부터 요추 MRI 검사를 받은 뒤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좌측 추간판 탈출증’을 진단 받았다.
C전공의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휴일이라 담당교수 회진이 없었고, 입원하더라도 수술을 하지 못하고 대증치료만 가능하다는 상황을 설명했고, A씨는 이에 일단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증상이 더 악화되면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기로 결정했다.
이에 C전공의는 ‘응급환자 전원 의뢰 및 동의서’를 작성하며 진료 소견에 ‘상기환자는 이학적 검사 및 영상의학적검사에서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좌측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되어 보존적 치료를 받기 위하여 전원조치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A씨에 대한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 판독결과에는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경막외 혈종, 척수 압박 중증도 이상’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A씨는 2일 당일 귀가한 후 D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10월 4일부터 통증이 극심해지고 다리에 마비증상도 나타나 결국 6일 B대학병원 응급실에 다시 내원해 흉추 9번과 12번 사이에 경막외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A씨는 현재 하지 마비를 겪으며 기립자세 유지와 보행이 불가능상태가 됐고, B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원심이었던 대전고등법원은 A씨의 진료와 검사를 실시한 C전공의의 전원 조치가 “진료방법의 선택에 있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으므로 여기에 소외인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원심 재판부는 “당시 A씨에게는 가벼운 신경학적 증상만 있어 보존적 치료를 하였을 뿐 수술 등 침습행위나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원심 판결이 내려진 이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법정공방은 대법원의 판결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C전공의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을 뒤집었다.
실제로 A씨의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에는 추간판 탈출증, 척수관 협착증 등과 더불어 흉추와 요추에 걸쳐 상당량의 경막외 혈종이 나타나있었고, 경추 경막외 혈종은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 이후 12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등 치명적이고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법원 재판부는 “요추자기공명영상검사 등에서 상당량의 경추 경막외 혈종이 드러나고 환자에게 관련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의료진으로서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응급 상황을 대비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에게 당장 중한 신경학적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고, 복용중인 약물을 확인하여 출혈성 경향이 있는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는 조치를 해야 하며 신경학적 이상소견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세밀한 경과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판부는 전공의 C씨가 영상의학과의 판독 없이 요추 자기공명영상을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원고 1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C 전공의가 작성한 응급실 진료기록이나 응급환자 전원의뢰 및 동의서에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 좌측'이라는 진단명만 기재하였을 뿐 척추 경막외 혈종과 관련한 진단은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C 전공의가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했으면서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여 D정형외과에 전원조치를 하는 것이었다면,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이 세밀한 경과관찰과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봤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심으로서는 C 전공의가 A씨의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C 전공의가 이를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A씨의 상태에 비춰 보았을 때 C 전공의가 선택한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더불어 전원조치를 할 때 척추 경막외 혈종 등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전원 병원 의료진이나 A씨 또는 보호자에게 제공 또는 설명했는지, C 전공의가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해 A씨의 하지마비에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심리해 C 전공의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B대학병원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을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원심이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의사의 의료행위에 따른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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