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는 전세가격, 역전세 공포 끝나나... 하반기 입주물량 폭탄 ‘변수’ 남아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역전세 대란이 최근 전세시장 회복세를 통해 끝나는 분위기이다. 정부가 역전세 상황에 놓인 집주인들을 위해 대출을 허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며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그러나 하반기 강남권 1만 가구 등 입주물량 공급 폭탄이 남아있기 때문에 역전세난이 끝났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



31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7월 4주차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89.7로 지난주(89.1)에 비해 0.6p 올랏다. 지난해 8월 3주차에 90.2를 기록한 이후 거의 1년 사이에 최고치이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2월 1주차에 60.5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4주 연속으로 상승세에 있다.

전세수급지수란 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수치화한 것이다. 0에서 200사이로 나타나며, 100을 밑돌면 전세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은 것이고, 100이 넘어서면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것을 나타낸다.

이에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도 덩달아 오름세에 있다. 7월 4주차에 0.08% 상승했는데 전주(0.07%)에 비해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5월 4주차에 반등을 시작한 이후 10주 연속으로 상승세에 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7월 주택시장동향인 서울 KB부동산 전세가격지수도 100.8로 14개월만에 100을 넘겼다. 이 지수 역시 0~200 범위로 나타나는데 100이 넘으면 ‘상승’을 예견한 비중이 더 높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들어 전세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역전세에 따른 깡통전세 우려까지 높아지면서 서울 전역에 퍼졌던 월세 선호 분위기도 반전되고 있다. 월세에 수요가 몰리며 떨어지던 전세값과 비교해 월세값은 크게 올랐고, 이에 수요자들이 다시 전세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체결된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 7757건인데 이중 전세의 비율이 59.1%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5월(57.9%)보다도 높아졌고, 지난 1월(55.2%)과 비교하면 유의미하게 늘었다.

전세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로는 최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역전세 대책’이 꼽힌다. 은행권 대출을 이용할 경우 전세금 차액(기존 전세금 – 다음 전세금) 등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규제(DSR·RTI 등)를 완화했다. 반환대출의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대신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한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의 한도가 크게 늘었다.

이에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최고가에 거래된 전세계약도 나오고 있다. 2년 전 체결한 전세보증금 대비 신규 계약건에 적용되는 전세보증금이 낮아 이사가는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 없는 역전세난에 대한 공포감이 줄어드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중 계약만료가 도래하는 '2021년 하반기 전세계약'이 몰려있는데, 당시 전세시세가 역대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가격이 반등에 성공했다고는 해도 아직 고점에 비하면 10~20% 가량 낮은 수준이다.

상반기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입주 물량이 몰렸다는 점도 전세시장 회복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등이 올 하반기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단지만 해도 1만가구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중 상당수가 전세매물로 출회하면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 상승이 쉽지 않아 진다. 신축 아파트 전세가격의 상승이 제약을 받게 되면, 인근 단지 전세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기준선'이 낮아져 다른 지역 전세가까지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매매시장 흐름이 반등하면서 전세시장도 이를 후행적으로 따라가고 있다"면서도 "다만 여러 제약요인이 아직 남아있어 급격한 전세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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