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사망, ‘정부보상’ 판결 2심서 다시 뒤집힐까

- 화이자 백신 접종 후 6일만에 사망... 접종 이틀 만에 팔저림 등 통증 호소하며 의식 잃어
- 1심서 “백신 접종이 사망과 무관하다고 단정 못한다”
- 질병청, ‘보상거부 처분 취소’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소

법원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사망한 사건에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며 유가족에게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정부가 이에 불복하고 항소하면서 2심에서 다시 한 번 정부 책임 여부를 가리게 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질병청이 접수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청구’에 대한 항소심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7일 서울행정법원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뇌출열로 사망한 A씨의 유가족에게 정부가 보상하라는 선고를 내린지 약 1달 만이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접종 6일차되던 날 숨졌다. 접종 직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나 접종 이틀 후부터 갑작스럽게 팔저림과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A씨는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투병 경력도 없었으며, 부검을 통해 밝혀진 A씨의 사망 원인은 비외상성 뇌내출혈이었다.

그러나 질병청은 A씨의 사망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며 보상 요구를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의 배우자 B씨는 질병청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하며 백신과 A씨 사망과의 인과 관계가 없다는 질병청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백신 부작용을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정부의 말을 신뢰하고 접종했는데 이를 저버린 것과 같다며 질병청 결정이 신뢰보호원칙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질병청은 A씨는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검 결과 뇌출혈이 사인으로 밝혀졌지만 코로나19 백신과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부검에서 해면상 혈관종이 발견된 부분도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2-2)’은 물론 관련 인과성 평가 연구에서도 “백신 접종과 뇌졸중·뇌혈관 발생 사이에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보상 거부 처분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심 재판부는 질병청의 주장을 기각하고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백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망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질병청의 ‘이상반응 관리 지침’에 관해 그 당시 확인된 이상반응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곳에 기재되어야만 백신 이상반응이라고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A씨가 백신 점종으로 사망했다는 추론에 대해서도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며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 인과간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예방접종 전까지 매우 건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별다른 신경학적 증상이나 과거력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부검에서 해면상 혈관종이 확인됐지만 언제 발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예방접종 전 해면상 혈관종 관련 증상이 발현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면상 혈관종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뇌출혈 발생 확률도 약 10% 정도다. 사망에 이를 정도 수준의 뇌출혈이 혈관종만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며 “백신 접종 때문에 치명적인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긴급 승인으로 제대로된 연구절차 없이 신속하기 시작된 코로나19 백신의 특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질병청도 이를 전제로 ‘예기치 못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상 반응을 모니터링 해온 점도 주지했다.

재판부는 “다른 전염병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예외적으로 긴급 절차나 조건부 승인·허가를 받았다. A씨가 접종할 당시는 화이자 백신이 사용되기 시작한지 2년도 되지 않았을 때”라며 “지금까지도 이 백신의 접종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무엇이고 구체적인 피해 발생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백신 접종 후 비로소 이상증상이 발현됐다면 다른 원인 때문이라고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 한 백신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질병청이 신청한 변론 재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질병청이 이를 위해 국립과학연구소의 서면의견서를 추가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국과수 의견이 “신경외과 등 전문 분야의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므로 내려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했다. B씨가 제기한 정부의 신뢰보호원칙 위반은 따로 가리지 않았다.

이같은 결정에 질병청이 항소하면서 앞으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사건을 다시 살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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