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상병 수사단장 “해병대 명예 지키고자 지휘부에 굴복 안 해”

폭우 속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로 수색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결국 사망한 채로 발견된 고 채수근 상병의 사망 사고를 수사하다 항명 등의 이유로 보직해임된 수사단장이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내놨다.



9일 해당 사건의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A 대령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지휘부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고 전했다.

A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난 30년 가까운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항상 정정당당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런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수사와 보고서 이첩 등에 절차상 문제가 없음을 거듭 주장했다.

이어 “경찰에 이첩할 자료를 수정하라는 요구를 묵인하면 유족부터 반발할 것”이라며 “그러면 모든 비난이 해병대로 향할텐데, 더럽혀질 해병대를 마냥 두고볼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군은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고 A 대령에게 지시했으나 A 대령은 이를 불복하고 사건을 경찰청에 이첩했다. 이에 A대령은 보직해임된 뒤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변호사 측은 A 대령에게 사건 이첩 보류 명령을 지시한 사람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라고 폭로했다. 특히 유법무관리관은 A 대령과 5차례 이상 통화하면서 “최종 보고서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 사실을 빼라” 등 자료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대령을 중심으로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초동수사 자료에는 채 상병이 소속됐던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에 A대령이 유 법무관리관에게 “수사 결과 사단장 등에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다는 내용을 유가족에게 이미 안내했는데 이제 와서 사단장 등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또,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A대령을 수사하고 있는 국방부 검찰단은 직권남용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측은 “A대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집단항명의 수괴라고만 되어 있고 누구의 명령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복종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전혀 적시되어 있지 않다”며 “직접 증거는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는 신범철 차관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한 언론은 신 차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임성근) 사단장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해병대 수사담당자와 언론에 '법적 대응'을 통해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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