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응급실서 대동리박리 진단 실패한 응급의학과 의사, 징역형”

-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 대동리박리 진단 못해 인지기능 소실·뇌병변 장애 입어
- 1심 이어 2심에서도 업무상치상과실·의료법 위반으로 ‘징역형’ 선고
- 응급의학의사회 “응급환자 진료, 개인 형사책임 감면 도입해야”

전공의로 근무하던 시절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괸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환자에게 중한 상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더해 해당 전공의가 업무상 과실을 숨기려는 목적으로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의료법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는 업무상과실치상·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하던 시절인 지난 2014년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중 안면부 감각 이상과 식은땀 구토와 함게 흉부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60대 환자 B씨를 급히 진료했다.

A씨는 문진을 통해 B씨가 대동맥박리 호발연령에 속하고, 뇌경색 진단 경험과 고혈압 병력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A씨는 흉부 통증을 호소하던 B씨에게 심전도 및 심근효소 검사 등을 실시했으나 별다른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아 급성 위염에 의한 통증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검사 1시간이 지난 무렵인 새벽 3시 30분경 B씨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이 병원 간호사였던 보호자 C씨가 심장내과 의사 진찰을 요청했으나 A씨는 이를 거절하고 진통제를 투여했다. 대동맥박리 등 확인을 위한 흉부 CT 검사는 시행되지 않았다.

진통제를 투여 받은 B씨의 증상이 다소 나아지자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B씨를 퇴원 조치했다, B씨의 응급실 퇴원 계획에는 ‘경증의 의학적 문제만 있는 환자(응급의료센터 진료 후 퇴원에 어려움이 예상되지 않는 환자), 치료 후 상태 호전 시 귀가’로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경 B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다시 실려왔고 대동리박리 진행으로 인한 양측성 다발성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결국 B씨는 인지기능 소실과 사지마비의 뇌병변 장애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A씨에게 업무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를 선고 받았으며 A씨는 이에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응급실 내원 당시 흉부 CT 검사 등 추가 진단검사를 통해 수술적 치료가 이뤄졌다면 뇌병변 장애를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흉부 CT 촬영을 권유했으나 B씨의 보호자가 이를 거절했다는 내용으로 의무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도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오심이나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을 보이면서 대동맥박리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병력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으며 심비대 증상이 있었으므로 A씨는 반드시 흉부 CT 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 검사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아 대동맥박리의 조기 진단 기회를 상실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빠른 수술 시행은 환자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B씨가 이 병원에서 대동맥박리를 진단받고 바로 적절한 수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뇌병변 장애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당시 B씨의 대동맥박리 수술을 담당한 타 병원 의사는 수술 전 심한 저혈압(쇼크)과 심장마비가 저산소성 뇌손상의 주요 원인으로, 처음 내원한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다면 이후 의식저하 저혈압, 심장마비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재판부는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것도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A씨가 B씨의 경과 기록을 작성한 시점은 B씨가 응급실을 퇴원한지 13일이 지난 9월 24일 작성됐다. A씨는 ‘미비기록 작성’이라고 적으며 간헐적 통증으로 흉부 CT 검사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했다는 내용을 기록했다. 하지만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흉부 CT 검사 시행여부에 대한 A씨의 진술과 보호자 C씨의 진술은 엇갈렸다.

재판부는 C씨가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 상당한 의학적 지식이 있었고, B씨와 함께 응급실에 내웠했을 당시 고혈압 병력 등으로 A씨에게 먼저 심장내과 협진을 요청한 점 등을 흉부 CT 검사를 권유받았다면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욱 재판부가 A씨의 주장대로 흉부 CT 검사를 보호자에게 2차례에 걸쳐 권유한 것이 사실이라면 B씨를 급성 위염이 아닌 다른 중한 질환으로 의심했다는 의미로 봐야하지만 퇴원 계획서에는 ‘경증의 의학적 문제만 있는 환자, 치료 후 상태 호전 시 귀가’라고만 기재했다는 부분을 토대로 A씨가 경과 기록을 허위로 작성했을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피해자에게 뇌병변 장애라는 중한 상해가 발생했다. 또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B씨에 대한 진료기록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 죄질이 심히 불량하다”며 양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응급의학계는 이번 판결에 응급의학과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사실상의 ‘사망선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응급실 수용거부 현상을 더 극심하게 할 것은 물론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학과를 기파하게 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판결이 내려진 직후 곧바로 성명서를 통해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려면 경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예견 또는 회피하지 못한 점이 명백히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응급실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는 곳이며 당연히 향후 경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응급실에서 완전 무결한 최종 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응급의학과 자체가 존재의 의미가 없으며 2500명 응급의학과 전문의들과 460명 전공의들은 모두 범죄자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응급의료에 대한 사망선언으로, 응급실 수용거부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떠돌다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런 판결을 내린 사법당국에 있다”며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향후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 운영 또한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무조건적인 응급환자수용 강제 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개인의 형사책임 감면과 국가책임보험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응급의료전달체계 논의와 응급실 수용거부금지 논의에서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해결 없이는 더 이상의 논의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해당 논의체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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