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흉부외과 의료진 과실로 환자 사망, 손해배상 책임 없어” 기각

- 서울서부지법, 의료진 상대 유족이 제기한 2억원 대 손해배상 청구 모두 기각
- 협심증 소견으로 수술받다 우관상동맥 파열로 심정지... 2년만에 사망
- “불가항력적인 경우에 해당, 시술 과정이나 응급처치도 문제 없어”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수술 도중 동맥이 파열돼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의료진에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유족의 청구를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불가항력’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최선의 진료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의 유가족이 B병원의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를 기각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 비용도 유족 측이 부담하게 했으며 B병원 측이 낸 치료비 청구 빈소에 따라 A씨 측이 미납한 진료비 1500만 원도 지불하도록 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월 B병원에 방문해 협심증 소견으로 수술을 받던 중 우관상동맥 파열로 심정지에 이르렀다. 이후 A씨는 수술 후 한 달간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C병원으로 다시 전원됐다.

A씨는 C병원으로부터 좌측 중대뇌동맥 혈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증을 진단 받고 치료받고, 그해 5월 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사지마비, 뇌경색, 심근경색 등으로 치료를 받다 2년 뒤인 2022년 2월 숨졌다.

유가족은 B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D씨와 순환기내과 전문의 E씨 등 의료진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금 총 2억 4730만 3821원에 지연 이자까지 요구했다. 수술 과정에서 동맥 협착이 발견돼 의료진이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했는데, 이 때 무리하게 풍선 확장술을 시도해 우관상 동맥을 파열시켰다는 지적이다. 의료진은 A씨가 동맥 파열로 심정지가 발생하면서 풍선과 스텐트로도 지혈이 안 되자 응급 무인공심폐 관상동맥 우회술을 실시했다.

유가족 측은 “B병원 의료진이 A씨의 관상동맥 직경에 맞지 않은 풍선을 주입하려다 동맥을 파열시켰고 지혈 처치도 불성실했다”며 의료진의 주의의무를 지적했다. 의료진이 동맥 파열을 뒤늦게 발견했고, 곧바로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도 시행되지 않았다며 문제 삼았다.

수술 당일 진료기록에 따르면 B병원 의료진은 오전 10시 4분경 풍선확장술을 A씨에게 시행했고 우관상동맥 파열로 심정지가 발생한 시간은 오전 10시 9분경이다. 의료진이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행한 것은 약 41분 뒤엔 50분 경이다.

그 사이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차례로 우관상동맥 중반부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16분경), 우관상동맥 근위부 스텐트 삽입(18분경), NC풍선 삽입(20분경)을 진행했다. 그래도 출혈이 멈추지 않자 28분경 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적용하고 50분경부터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작해 심막혈종을 제거하고 출혈을 조절한 뒤 이날 오후 1시 40분경 수술을 마쳤다. A씨는 관상동맥 우회술 과정에서도 약 4분간 심정지 상태였다.

그러나 유가족의 지적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이번 사건의 경우 불가항력한 의료사고에 해당하고, 시술 과정이나 이후 응급조치도 적절했다는 의료 감정 의견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시술자는 혈관 상태를 해부학적, 조직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관상동맥 파열은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고, 이번 사건에서도 시술상 문제를 찾기는 어렵다”면서 “의료진이 혈관내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으나 혈관벽 석회화로 불가피하게 혈관이 파열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상동맥 파열은 관상동맥 중재술에 수반하는 일반적인 합병증 범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은 출혈과 심정지를 즉시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시술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시행했고, 처치가 특별히 지연됐다는 근거도 없다.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 시기와 방법도 모두 적절했다고 본다”며 “동맥 파열 직후 의료진이 스텐트와 풍선으로 시도한 것은 합리적 재량의 범위에 들기 때문에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B병원 의료진이 진료 계약에 따른 채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A씨 유가족 측 주장에는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구된 치료비도 모두 내야한다고 설명하며, B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했고, 수술 결과가 나쁘다고 진료비 청구를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에게 지는 진료 채무는 질병 치료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 채무가 아니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행하고 현재 의학 수준에서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 조치를 다하는 수단의 채무”라며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진료 결과로 질병이 치료되지 않더라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환자 유가족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A씨 측이 미납한 B병원의 입원 치료비 1500만 원과 지연이자를 모두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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