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택시타고 큰 병원 전원 권고한 의사, 손해배상 책임 없어”

- 동네의원서 감기 진료 받다 호흡곤란 발생... 전원 권고 후 5분만에 쓰러져 결국 사망
- 유족, 사전 징후에도 119 구급대 호출 않고 ‘택시’ 전원 권고 등 의료진 과실 지적
- 대법원 “수인한도 넘어설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라고 보기 어렵다” 기각

병원에서 전원 권고를 받고 나오자 마자 쓰러져 결국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이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과 항소심에서 이송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아 불성실했다며 일부 의료진 위자료 지급을 인정한 것을 뒤집은 판결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환자 A씨의 유족이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를 상대로 의료진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의 현저한 불성실한 진료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65세의 고령이었던 A씨는 감기몸살 증상으로 의사 B씨가 운영하는 동네의원으 방문해 30분 동안 비타민C 20ml를 섞은 아미노산 영양제인 트리푸신 250ml를 투여받았다. 그러나 A씨는 수액을 투여받던 중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B씨는 호흡곤란의 원인을 천식으로 파악해 덱사메타손 5mg을 추가 투여했다. 이후에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A씨가 호소하자 B씨는 “택시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가봐라”라며 전원을 권고했다.

이에 A씨는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며 의원을 걸어 나왔으나 5분을 채 지나지 않아 주저앉아 쓰러졌고, 출동한 119 구급차로 후송되던 중 심정지까지 발생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A씨는 약 20개월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씨 측은 “피고가 수액을 투여해 쇼크 및 심정지가 발생했고, 활력징후 측정 등 어떠한 관찰도 하지 않았다. 망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소 투여 및 119 구급대 호출을 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전원하게 했다”며 “피고의 의무 소홀로 쓰러져 의식 불명에 이르고 결국 사망에도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 측은 의사 B씨에게 1억 8000만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에 있어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A씨가 사망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시설 내에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이를 치료할 인적·물적 시설이 없다는 것과 피고의 의원에서 7분여를 머물다 귀가를 한 것인 만큼 할 수 있는 의료진이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다했으며 A씨가 의원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쓰러진 것을 감안하면 119 구급대를 통해 후송해도 이송시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모두 종합하면 A씨 측의 주장대로 조치했더라도 같은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고가 망인에게 호흡곤란이 발생했을 때 혈압·맥박·호흡수 등을 측정하지 않았고,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았으며, 택시를 불러 즉시 탑승할 수 있게 하거나 구급차를 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송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행위는 일반인의 처지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된다며 2000만 원대 위자료 지급을 명했다. 소송비용 중 2/3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토록 했다.

2심 역시도 1심 판결에 잘못된 법리해석이 없다며 그대로 판결했다. 그러나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헌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하였다는 점은 불법 행위 성립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앞선 판례를 제시하며 “의료진이 임상 의학 분야에서 요구되는 수준에 부합하는 진료를 다한 경우 불성실한 진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한 불성실 진료는 의료진에게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수인한도를 넘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로 인한 위자료는 환자에게 발생한 신체상의 손해 발생 또는 확대와 관련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 아닌 불성실한 진료 그 자체로 발생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성실한 진료로 인해 이미 발생한 정신적 고통이 증대하여 진료 후 신체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마땅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피고 의원에 내원했다가 주사를 투여받은 뒤 전원 권고를 받고 피고 의원을 부축 받아 걸어나왔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것처럼 A씨의 혈압 등을 측정하지 않았다거나 이송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행위만으로 피고가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하여 피고에게 위자료 책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의료사고의 과실과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원심을 파기해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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