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무장병원 운영했다고 세금까지 포탈 단정할 수 없어” 무죄 선고

- 대구지법, 사무장병원 운영자 조세포탈죄 무죄 선고... 사상 최초
- “사무장병원 운영 사실만으로 조세 포탈을 단정지을 수 없다”
- 공단에서 요양비 환수하면 ‘과세대상’ 없어지는 점 지적도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비의료인이 세금을 포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정에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관련 사건에서 무죄가 내려진 최초의 사례로 남게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방법원은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부가가치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로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비의료인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의료인 A씨 등은 지난 2008년 6월부터 B의료법인 산하 C병원 운영권을 양수하면서 2018년까지 부가가치세 총 6억 218만 1091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B의료법인을 인수한 후 2015년 11월까지는 본인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그 이후에는 자신의 처남을 2018년 2월까지 이사장으로 내세워 운영했다.

이번 재판에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7월 사무장병원을 운영해 의료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유죄판결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가 C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비라는 명목으로 편취한 금액은 136억 5022만 4150원에 이른다.

의료인이 제공한 의료보건 용역은 조세법 상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이 제공한 용역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의료행위로 보기 때문에 면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검찰 A씨 등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면세 대상자가 아님에도 C병원에서 이뤄진 진료로 받은 요양급여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했다고 주장하며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과 같은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사무장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부가가치세를 고의로 포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조세포탈죄는 본인의 행위가 사기 기타에 부정한 행위이고, 이를 통해 조세 포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부정행위를 한 경우, 고의라고 본다”며 “A씨 등이 고의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고 해서 이것이 곧 부가가치세까지 고의로 포탈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C병원은 A씨가 B의료법인을 인수하기 전부터 운영되어 온 의료기관이었고, 면세 대상인 의료보건 용역은 부가가치세 매출로 신고하지 않았다. 병원을 인수한 A씨도 이전처럼 면세 대상자인 줄 알고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C병원 행정원장으로 근무했다는 경험만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해 부가가치세를 고의로 포탈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단순히 세법상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허위 신고에 그치면 조세포탈죄인 ‘조세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C병원 의사가 적법한 의사면허가 없는 의사라고 밝혀지지 않는 이상 C병원에서 이뤄진 의료보건 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무장병원 요양급여비용을 미환수한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자체가 사라지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C병원처럼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했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처분할 수 있다. C병원도 지난 2018년 12월 공단이 요양급여비용 174억1,580만1,080원을 환수했다”며 “이처럼 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하면 문제가 되는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비의료인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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