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독감 치료제 부작용 미고지해 추락사고, 병원이 5억 7000막 원 배상”

- 독감 치료제 ‘페라미플루’ 환각 부작용으로 7층 높이 아파트에서 추락
- 법원 “부작용 등 주의사항 환자에게 설명 안 해 사고 발생”
- 의료계 “명확하지 않은 인과관계, 정부의 필수의료대책 공염불이나 다름 없어”

독감 백신에 포함된 항바이러스제의 부작용인 환각증세로 인해 환자가 추락사고를 겪고 결국 하반신이 마비된 사고와 관련해 법원에서 이를 처방한 의사에게 수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은 상황 속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법원의 고액 배상 기조는 오히려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주채광)는 A씨와 그 부모가 B병원과 소속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5억 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접종받은 뒤 다음날 가족들이 외출한 시간, 홀로 남아있다 아파트 7층에서 추락했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하반신이 마비되어 거동에 불편함을 가지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해당 약은 치료받은 환자 중 주로 소아 및 청소년을 중심으로 섬망, 환각, 이상행동 등과 같은 정신의학적 부작용이 보고됐다. 드물게 해당 증상들이 추락 등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식약처는 환자에게 이상행동 발생 위험이 있는 만큼 적어도 2일간 접종받은 소아 및 청소년이 혼자 있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A씨의 부모는 “병원에서 투약 받을 당시 이런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며 병원 측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고의 원인이 정신이상, 이상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페라미플루의 부작용이라고 강조했다.

A씨도 사고 상황을 설명하며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떨어지는 꿈을 꾼 듯한 느낌을 받았고, 정신을 차리니 병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도 원고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에게 주의의무를 설명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치료비와 기대소득 등 약 5억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잘못된 판결이 내려졌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해당 항바이러스제 주사제에서 환각이나 이상행동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의학적으로는 명확하게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31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설명의무에 관한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독감 치료제 부작용 사고를 두고 ‘설명의무 확대해석’을 통하여 고액 배상 판결을 내린 법원의 결정에 심각하게 우려를 나타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학계 보고 등에 따르면 해당 환자의 신경이상증세가 독감의 증상인지 독감치료제 주사제의 부작용인지도 불명확하고 기존 법리에 비추어 볼 때에도 설명의무를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판결 과정에서 투여 약제의 설명서에 기재된 주요 부작용을 모두 설명하라는 취지라면 실무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다고 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늘 피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의료행위의 본질적인 한계”라며 “모든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예상되는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파악해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협은 결국 이번 판결이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점도 크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의협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엄격한 형법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과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방어진료를 부추겨 결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청서년과 뿐만 아니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자가 미달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만 들이대는 이러한 판결에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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