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도카인 사용 한의사, 유죄”... 의·한 다시 한 번 충돌

- 국소마취제, 부정맥치료제 ‘리도카인’ 사용한 한의사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
- 법원, 한의사 전문의약품 사용 인정하며 벌금형 선고... 한의계, ‘항소’ 예고
- 醫 “전문성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 韓 “한의사도 전문의약품 사용 가능해야” 대립

한의사가 리도카인 약침을 사용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가운데 법원도 이에 벌금형을 내리면서 초음파, 뇌파 사건에 이어 다시 한 번 의료계와 한의계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 단체들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한의계는 이를 합법적인 행위로 인정 받기 위해 항소를 예고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환자에게 안내나 설명을 하지 않고 약침 등에 국소마취제이자 부정맥 치료제인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에 위료법과 약사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해 3월 서울 모 한의원이 리도카인을 약침에 혼합해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받고 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해당 한의원을 고발했다. 이후 해당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고, 지난해 9월 의료법 위반으로 구약식 800만 원의 벌금형 처분이 내려졌다.

한의사 측은 이 같은 약식명령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10월 정식재판을 청구해 이날 정식 재판이 열렸으나 법원이 그대로 유죄로 판단했다.

이같은 판결이 내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서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이는 면허에 따라 의사는 의료행위만, 한의사는 한방 의료행위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27조을 재차 확인해준 판결이라는 설명이다.

약사법 역시 제 2조의 제4호에 의약품, 제2조 제5호에 한약, 제2조 제6호에 한약제제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전문의약품은 적응증, 투여경로의 특성, 용법 및 용량의 준수를 위해 전문성이 필요하고 부작용 우려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대의학적인 안정성·유효성 심사시준을 거쳐 품목허가된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 처방·조제는 한의사 면허의 범위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한의사들이 전문의약품 사용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등 면허된 것 이외의 행위로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한의사들인 이번 판결을 숙지해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이어가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치료 시 리도카인의 보조적 목적의 사용이라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의사가 사용하고 있는 한약제제 중에서도 이미 전문의약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리도카인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의협은 항소심을 예고하며 여기선 국민의 진료 편의성을 고려한 공정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의협은 "현재 한의사가 사용하는 한약제제 중에도 전문의약품이 있다"며 "의약분업 제도를 바탕으로 한 의료법과 약사법의 전문의약품 규정에서 의약분업 대상이 아닌 한의사가 처방주체에 빠져있어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봉침치료와 같은 한의치료 시 환자의 통증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리도카인과 같은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진료에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합법적인 행위"라며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여 항소심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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