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사망 사건’ 한의사, 2심서 일부 무죄 판결 받고 감형... 이유는?

- ‘봉침 교사 사망’ 사건 한의사, 항소심에서 감형
- 인천지방법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내려진 금고 10개월 → 8개월 감형
- “설명의무 위반했으나 1심서 인정된 주의의무 소홀했다 보기 어려워”

‘봉침 교사 사망’ 사건으로 기소되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인정받아 금고형을 선고받았던 한의사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항소심을 거치며 배상 책임을 더 무겁게 증액했던 민사소송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열렸던 민사소송에서는 원심보다 약 7,000만 원 증액된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봉침을 맞은 환자가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로 사망해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앞서 지난 6월 9일 열렸던 민사 항소심에서는 한의사 A씨에게 5억 4,007만 285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내리며 1심보다 약 7000만 원 더 증액한 배상 책임을 물은 바 있다. 당시 A씨의 요청으로 응급처치를 도왔다가 소송에 함께 휘말렸었던 가정의학과 의사는 손해 배상 책임을 벗었다. 유족 측도 A씨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사망한 환자 B씨는 지난 2018년 한의사 A씨에게 봉침 시술을 권유받고 시술받았다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키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고 같은해 6월 6일 결국 숨졌다.

이에 지난 2020년 5월 열렸던 1심에서는 한의사 A씨가 봉침 시술 전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피부반응검사를 하지 않아 환자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하며 업무상과실치사 유죄를 선고했다. 한의사로서 설명의무나 주의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의사 A씨 측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이를 불복하고 항소했다. 봉침 시술에 필요한 설명의무를 다 했으며 피부검사를 하지 않은 것과 B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도 단정지을 수 없다고 했다.

애초에 봉침시술로 환자가 사망하는 것에 대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해당하므로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봉침 시술로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낮고, B씨에게 사용한 봉독의 양이 피부반응검사 때 사용하는 양보다도 적은 양이었다고 항변했다.

한의사 A씨 측은 “B씨에게 사용한 약침액 건조밀 봉독 양은 0.04mg이다. 일반 봉독(아피톡신) 피부검사 시 사용하는 양인 0.05mg보다도 적은양이다. 시술 당시 제품 설명서에 따라 7회에 걸쳐 테스트도 했다”며 “시술 방법이 한의학 임상 수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피부검사 미시행이 B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도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망한 B씨가 비만세포증 때문에 일반적인 것과 다른 쇼크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응급처치로도 회복힐 수 없는 불응성 아나필락시스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런 극도의 특이체질을 가진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응급처치 상 과실에 대해서도 “한의사가 에피네프린을 구비해 쓸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과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사전 피부검사 없이 봉침 시술한 점에 대해서 “의료상의 과실에 해당하거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사전 알레르기 검사 절차를 위반하고 한의사로서 엄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한 1심 판결은 잘못됐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실제 시술에 쓰고 있는 약물의 양이 사전 피부검사 약물의 양보다 적다고 해서 시술보다 더 많은 양을 투여해 검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경우 별도의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 자체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약침학회 학술위원회와 약침의학연구소가 편찬한 ‘약침학’에 따르면 봉약침에 익숙치 않은 시술자는 가급적 낮은 농도(10%)로 소량만 사용하길 권장한다. 그러나 한의사 A씨가 한 봉침 시술은 그보다 더 많은 양을 쓸 수 있다“면서 ”봉독 양이 사전 피부검사에서 요구되는 봉독 기준량을 초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선고한 민사소송에서 이를 의료상 과실이 아니라고 본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은 그대로 인정했다. 한의사가 본인 경험상 봉침 시술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적이 없으므로 (사망 등) 부작용이 없으리라 믿고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그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했다. 달리 심각한 건강 문제가 없고 "임신을 준비하고 있어 매사 조심하던 환자가 심각한 위험성을 알았다면 봉침 시술을 선뜻 승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한의사 A씨는 환자 B씨가 이전에 봉침 시술을 받았거나 특정 약물에 과민반응 경험이 있는지 사전 문진이나 검사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의사로서 개인적 경험상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해 봉침 시술을 했다"고 했다.

B씨는 단순 허리통증으로 내원해 "봉침 시술의 기능이나 부작용에 대해 몰랐고" 임신을 준비 중이었으나 한의사 A씨는 봉침 시술을 적극적으로 권하면서 "파스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안심시켰다.

재판부는 비록 아나필락시스 쇼크나 이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비교적 높지 않아도" 그 중대성이나 환자의 상황과 성향 등을 고려하면 환자 B씨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더라면 봉침 시술을 거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에서 A씨가 설명의무를 위반했고 "단순히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그치지 않고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로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점도 들었다.

사망한 환자 B씨가 특이체질이라고 면책될 이유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의사의 설명의무는 "특이체질의 위험성 때문에라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감정에 따르면 환자 B씨가 비만세포증과 불응성 아나필락시스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의사는) 이런 특이체질의 위험성 때문에라도 환자에게 봉독 시술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특이체질이라는 이유로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과 무거운 결과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한의사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의사 A씨는 봉침 시술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그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범행의 경위와 과정, 결과의 중대성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 유족도 엄벌을 원한다"고 했다.

다만 "봉침 시술 특성이나 그로 인한 사망 사례가 드문 점에 비춰볼 때 A씨가 범행에 이른 경우를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서 "A씨가 1심에서 일부 피해금을 공탁했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손해 배상금 대불 제도로 남은 피해금도 변제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처벌 전력도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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