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진 과실로 신생아 뇌손상, 손배 기각” 12억 원 배상사건과 다른 점은?

- 분만 중 의식저하, 사지마비 발생 신생아 가족, ‘분만감시 소홀·태아곤란증 진단 실패’ 의료진 책임 지적
- 서울중앙지법, 환자 측 손해 배상 청구 기각
- “분만 중 태아곤란증 평가하기 어렵다... 다른 조치도 의학적으로 충실”

법원이 출산 도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의식저하와 사지마비 등 허혈성 뇌손상을 겪고 있는 신생아의 가족이 의료진의 책임을 물어 2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신생아 뇌손상의 책임이 의료진에 있다며 환자 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13일 오전 8시 55분경 유도분만을 하기 위하여 B대학병원을 방문했다. A씨는 4일 전에도 유도분만을 하기 위해 B병원을 방문한 바 있다.

의료진은 오전 10시 10분경부터 A씨의 유도분만을 시도했다. 이때 태동검사(non-stress test, NST)에서 태아심박동수는 분당 120~160회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7시경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하고 오후 11시경에는 경막외 무통주사를 투여했고, 태아의 심박수가 분당 110~170회로 정상상태인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A씨가 쉴 수 있도록 오후 11시 45분경부터는 태아심박동수 감시를 중지했다.

이후 다음날 오전 3시 15분부터 다시 대타임박동수 감시를 재개했고, 이 때 태아심박동수는 분당 140~150회로 정상범위 내에 있었다.

그러나 약 50분 뒤 30~40초간 두 차례에 걸쳐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90회까지 떨어졌고, 오전 6시 10분경에는 2분간 만기 태아심박동수 감소도 관찰됐다. 다만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곧바로 회복되어 정상 변이도 보이고 상승하기도 하자 의료진은 옥시토신을 다시 투여했다. 40여 분 뒤에도 비슷한 상황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 26분경 질식 분만으로 출산했으나 신생아는 당시 몸과 탯줄, 태반에 오래된 변이 심하게 착색된 상태였고, 울음이나 심박동수가 전혀 없었다. 의료진은 급히 산소 공급과 기도 확보를 시행하고 신생아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신생아는 목숨은 건졌으나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해 현재도 의식 저하와 사지마비 상태에 놓여있다.

A씨 부부는 병원 의료진 과실로 신생아가 장애를 입었다며 손해 배상금 총 2억 1,000만 원과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분만감시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태아곤란증을 제 때 진단하지 못해 질식분만만 진행했고 이 때문에 장애를 초래햇다는 것이다. 분만 후 응급처치도 잘못됐으며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신속한 분만의 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병원 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만기 태아심박동수 감소가 나타났는데도 분만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쟁점은 감정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은 산부인과 감정의 의견을 토대로 B병원 의료진의 잘못이라고 지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소아청소년과 감정의의 경우 출생 전 수차례 불규칙 심박동수 저하가 관찰된 만큼 의료진이 비정상적인 태아 상태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감정했다. 그라나 분만 중의 문제는 임상 경험이나 관련 전문 지식에 비춰 의료진이 분만감시를 충분히 했다는 산부인과 감정의가 더 전문적인 감정 의견을 제시했다고 여겨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감정의는 분만 도중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수차례 감소했다는 근거만으로 의료진 과실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간혈적으로 태아심박동수가 감소해도 곧바로 정상 변이도를 유지하고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면 태아곤란증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 감정의 스스로도 ‘분만 중 문제는 산부인과 감정의가 더 정확하게 견해를 내놓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과 감정의 의견 만으로 분만 중 태아곤란증 증상이 관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진이 태아곤란증 조치를 소홀히 해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분만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을 의미하는 심박동수 감소가 관찰되지 않는 이상 의료진이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며 ”태아심박동수 양상이 심각한 태아기 가사 상태를 시사하지 않았고 기초 태아 심음 변이 역시도 양호해 제왕절개를 실시할 시점을 특정할 수 없었다. 설령 심박동수 감소 시점에서 제왕절개를 했다고 하더라도 수술 준비에 적어도 30분 이상이 소요됐을 것이고, 이를 감안하면 분만이 늦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분만 전 태아 가사를 대비하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대기시켜는 등 응급 처치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에 있어서도 ”분만 중 태아 상태를 태아곤란증으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태아 태변이 착색이 심한 상태로 태어나리라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기각했다.

또한 의료진이 "출산 직후 산소 공급과 기도 확보를 시행하고 곧장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송"했으며 "흡인과 산소 공급, 기관 내 삽관, 인공호흡기 적용, 폐 표면 활성제 투여 등을 진행했으므로 응급처치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이 유도분만 실패나 만기 태아심박동수 감소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은 문제될 여지가 없다. 또한 제왕절개해야 한다는 자료가 없는 이상 질식분만 중인 산모에게 제왕절개 시도 여부를 결정하도록 질식분만을 계속하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손해 배상 청구에 이유가 없다면서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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