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 증원 반대’ 의료계 논리 조목조목 반박하며 추진의지 불태워

- 정경실 복지부 정책관, 29일 의료현안협의체서 모두발언 통해 의료계에 정면 반박
- “국토면적 기준 아닌 인구 기준으로 의사수 부족한지 살펴봐야”
- “의협 스스로 언급한 과학적 근거, 기준, 원칙 등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해야”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의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의료계도 열악한 의료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포함되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면 진정성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했다.



29일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들이 사실과 다르고,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의료계의 ‘우리나라 국토면적당 의사 수를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접근성이 뛰어나다’ 주장과 관련해 의료 수요는 국토 면적이 아닌 인구 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 1,000명 당 의사 수가 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인 2.6명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정책관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서울조차도 OECD 국가 평균인 3.7명에 미치지 못하는 3.57명 수준”이라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6.5명이 넘는 미국 워싱턴 DC 등 외국 대도시들에 비교하면 우리는 수도권 조자도 2.74명에 불과해 현저히 낮은 실정”이라고 의료계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경북은 1.38명, 충북은 1.59명으로 지역 편차를 감안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인구 고령화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의사 수를 늘려 지역 고령인구 의료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의료계의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이 3.4%로 OECD 평균 1.4%보다 이미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모수인 의사 수 자체가 적어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허점이 있다고 했다.

정 정책관은 “오히려 최근 10년간 증가율은 2.4%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의대 졸업인원을 봐도 우리나라 인력 확보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 18년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된 결과 한해 배출되는 의사 수는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인구 1만 명당 6.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가 증가하고,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사가 부족해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에 의사가 늘어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정부가 마땅히, 기꺼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라고도 설명했다.

다만 정 정책관은 “만약 의료계가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과잉진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의사 개인의 직업윤리 문제일 뿐 의사 수 확대로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아 “의사 수 확대와 비윤리적인 의료행위 증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며 “이처럼 의료계 내에서 이와 같은 근거 불분명 주장이 마치 사실처럼 반복재생 되고 있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토로했다.

정 정책관은 지난 18차 회의 도중 의협 협상단이 퇴장하며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보상에 관련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정 정책관은 “협력의 자리는 상호 노력할 때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복지부의 사명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도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정부와 의료계에 기대하는 모습은 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는 모습”이라며 “협의체를 통해 그런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 검토에 있어서 정부가 추가로 고려해야 할 과학적인 근거나 방법론이 있다면 언제라도 검토할 것”이라며 “의협도 여러번 언급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과학적 근거, 기준, 원칙 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협 협상단 양동호 단장은 의료계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협의체에 복귀한 만큼 정부와 진정성 있는 대화가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며 건강보험 재정 외 별도 기금과 예산 확보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양 단장은 “지난 26일 있었던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 모인 많은 의료계 대표자들 사이에서 정부에서 얼마 전 발표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가 단순히 대학들의 희망 정원을 더한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현재보다 3~4배 이상 많은 증원을 요구하는 것은 교육 인프라, 현실 여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허무맹랑한 숫자가 난무한 것이다. 이런 수요조사에 대해 정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라 말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인 근거 없는 부적절한 수요조사 결과를 정부가 무리하게 발표해 의료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합리적이지 못한 수요조사와 짜맞추기식 현장 점검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보다는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안심하고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마련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세워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사들이 특수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빠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표단이 협의체에 복귀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많은 우려가 있다”며 “그럼에도 협상단이 협의체 자리에 나온 것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 단장은 “소멸해가는 대한민국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정간 협력과 단합은 필수불가결하며 의협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정부와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필수‧지역의료를 살리는 불씨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재정 외 별도 기금과 예산을 확보해 장기적인 계획으로 각종 지원책이 안정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우수 인력들이 필수‧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몸담을 수 있도록 정부의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길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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