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세연 등 15명, 상암중 앞에서 항의집회 생중계
- 학생들 “영화 내용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 반발
13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한 상암중학교 정문 앞에서 재학중인 2학년 박모군(14)이 빨간 현수막이 학교 앞에 걸려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박모군은 같은 또래 친구들 10명과 학교 앞에 세워진 확성기가 달린 검은 밴과 현수막을 보더니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그는 “이런 일로 시위를 한다니 나라의 미래가 심히 우려된다”며 “오늘 시위를 보니 조만간 <서울의 봄>을 보러 가야겠다”고 말하였다.
이날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등 극우단체 회원 15명은 영화 <서울의 봄>이 ‘좌편향 영화’라며 상암중 앞에서 1시간 동안 항의집회를 벌이고 생중계했다. 상암중은 이날 오전 외부 체험학습 일환으로 3학년 학생들의 영화 관람을 진행하며 <서울의 봄>을 선택지에 포함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상암중학교 교장 선생님은 역사 왜곡 영화의 학생 동원 반성하라”고 구호를 외치자 학생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영화를 영화로 받아들여야지” “왜 여기 와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느냐”고 했다. 한 학생은 지나가는 경찰을 붙잡고 “저 아저씨들이 우리 선생님을 욕하고 비하한다”고 말했다.
극우단체가 <서울의 봄>을 단체관람하기로 한 학교들에 동시다발적으로 항의민원을 넣자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교권 및 학습권 침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가세연은 지난 6일과 9일 유튜브를 통해 초·중학교 가정통신문을 공유하며 항의 전화를 부추겼다.
이들 단체가 집회를 예고하거나 항의해야 한다고 밝힌 학교만 이날까지 6곳이다. 단체들은 일선 학교에 전화해 “역사 왜곡 픽션에 학생을 동원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항의했다.
서울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A씨는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거쳐서 적법하게 추진된 교육과정과 학사일정에 민원이라는 형식으로 외부 단체가 개입하는 상황은 바닥까지 추락한 학교와 교사의 권위를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학생 동원’ ‘관람 강요’라는 표현은 사실도 아닌 악의적 음해이자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명백한 교권 침해”라고 했다.
이어 “사법적 심판이 이미 이루어졌으며 교육과정에 반영된 역사적 사실조차 민원 때문에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교사는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느냐”고 했다.
중학교 교사 B씨는 “학교 구성원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인데 그 밖의 교육 전문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학교일정에 개입하는 것이 의아했다”면서 “집회 시 학생들의 안전 책임을 학교가 져야 하므로 그 시간 내내 긴장하면서 있어야 하고, 안전지도를 나가야 할 경우에는 교사 업무의 또 다른 부분에서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영화관람 학습을 앞두고 만난 상암중 3학년 C양(15)은 “단체관람을 반대하며 시위를 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것 같다”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극적인 장면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도는 우리 학생들이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성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