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세계는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이란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3)의 행방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시는 성직자이자 법조인 출신으로, 강경보수 성향의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36년째 재직 중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다.

종교적 배경과 초기 경력

라이시 대통령은 1960년 12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성지 중 하나인 마슈하드 인근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0대 때부터 현재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신학 도시 곰에서 신학을 배웠으며, 1979년 이슬람혁명 전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이슬람혁명 2년 뒤인 1981년, 스무 살의 나이로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라이시는 테헤란 검찰청장과 검찰총장을 거쳐 2019년 대법원장에 해당하는 사법부 수장에 올랐다. 검찰 재직 당시 반체제 인사 숙청 작업을 이끌며 서방과 이스라엘로부터 '테헤란의 도살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주요 정치 행보와 강경보수 이미지

라이시는 이란·이라크 전쟁 직후인 1988년, 이라크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반정부 단체인 이란 인민무자헤딘기구(PMOI) 조직원들을 처형한 이른바 '호메이니 학살'에 기소위원으로 참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당시 약 5천 명이 사형 집행된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인 '녹색 운동'을 유혈 진압하는 데도 앞장섰다.

미국 행정부는 라이시의 사법부가 청소년 범죄에 사형을 선고·집행하고 죄수를 고문하는 등 비인간적으로 대했다는 이유로 2019년 그를 제재 목록에 올렸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에게 패배했으나, 2021년 재도전해 득표율 61.9%로 개혁파와 혁명수비대 출신 후보를 꺾고 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고지도자 후보로의 부상

이란 정가에서는 라이시를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꼽아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 부의장이기도 하다. 그의 검은 터번과 이름 앞에 붙는 '세예드'라는 호칭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신지가 이란의 '종교 수도'인 마슈하드인 것도 보수 종교계의 핵심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치적으로는 성차별과 사형제, 인터넷 검열을 지지하고 미국 등 서방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강경보수로 평가받는다. 이란 당국은 라이시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22년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전국에서 '히잡 시위'가 확산하자 발포하며 강경 진압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혼란과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단은 시위대 551명이 사망했고 1,500명 넘게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와의 갈등

인권단체 이란인권(IHR)과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해 하나로'(ECPM)는 지난해 이란에서 집행된 처형이 834건으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주장했다. 라이시 대통령 집권 체제에서 이란은 국제적으로도 초강경 이미지를 굳혀왔다. 가자지구 전쟁 와중에 벌어진 시리아 주재 영사관 피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란은 지난 4월 13일 밤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헬기 추락 사고와 실종

라이시 대통령은 최근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상태다. 이번 사고는 이란 정치계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라이시의 실종으로 인해 이란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그의 행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라이시의 실종은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보수 성향과 그의 정치적 행보는 이란의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도 그의 유산은 이란 정치계에서 중요한 논쟁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의 실종으로 인해 이란 내외의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란의 향후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