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복귀를 선언하며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복귀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계와 정치권 간 소통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공의와 수련병원 간 원활한 대화를 위한 협력과 노력도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간담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중증 및 핵심 의료 분야 재건과 의료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활발히 논의됐다.

특히 대전협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복지위 측에서는 박주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조국혁신당 소속 의사 출신 김선민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참여했다. 대전협은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 등 비상대책위원들이 참석했다.

박주민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으로 의료교육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이러한 긍정적 흐름이 이어져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까지 안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계와 정치권 간 신뢰 회복”이라며 “앞으로도 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통해 신뢰를 쌓고 소통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발제에서 중증 및 핵심 의료 분야의 위기 상황과 의료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진에 대한 법적 리스크 완화’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전공의 이탈이 이들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사고에 따른 과도한 사법적 책임 부담이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의료진의 법적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필수 의료 인력 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하며, 정책 대응 역시 현장의 실질적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창원병원 김재연 전공의 대표는 수련 포기 및 과 변경자의 상당수가 중증 및 핵심의료 과목에 몰려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 과목들의 인력 회복이 가장 큰 난제임을 알렸다.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우려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으며, 중증·핵심의료과 전공의들은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 대표는 “수련환경 개선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닌, 환자 안전과 국가 보건의료 체계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경수 전남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주제로 발표하며, 대전협 조사 결과 중증·핵심 의료과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 중 90% 이상이 의료사고로 인한 법적 책임 부담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도 80% 이상이 같은 이유를 들었다. 박 대표는 사법적 리스크가 과도한 방어 진료를 초래해 의료진의 진료 의욕과 책임감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의료진이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진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협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년 4개월 동안 이어진 의료 갈등으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 모두 큰 불안과 고통을 겪었다”며 “이제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함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무너져 가던 대한민국 의료의 중추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전공의들과 의료계가 한마음으로 중증 핵심 의료를 재건하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수련병원협의회도 간담회를 열어 전공의 복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전공의 복귀와 수련 연속성 보장을 위해서는 각 수련병원의 정원 문제와 전문의 시험 등 다양한 과제가 얽혀 있어 복잡한 상황임을 인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 단체가 긴밀히 협력해 현장 상황에 맞는 실질적 논의와 협의를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수련병원협의회는 전공의 단체가 실질적 협상과 의견 개진이 가능한 공식적 창구 마련을 제안했고, 의협은 이를 수용해 조만간 양 단체 간 논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박명하 상근부회장, 서신초 총무이사, 김성근 대변인, 김창수 정책이사,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김원섭 회장, 조병기 총무이사, 서울대병원 김영태 원장,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 서울성모병원 윤승규 원장, 이대목동병원 김한수 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