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일부 고가 단지에서는 월세 2000만원이 넘는 고액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린든그로브' 전용면적 203㎡는 지난달 5일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080만원(5층)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22년 10월에 체결된 직전 거래(보증금 5억원, 월세 1800만원)보다 280만원 오른 금액이다.
올해 서울에서 2000만원 이상의 월세 거래는 총 5건이 있었으며, 이들은 주로 한남동과 성수동 등 고가 단지들이 밀집한 부촌에서 나왔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월세를 기록한 단지는 지난 1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500만원으로 갱신계약을 체결한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5층)이다. 성동구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도 지난 3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500만원(35층)으로 계약되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는 지난 2월 보증금 33억원에 월세 2000만원(6층)으로, '힐탑트레져' 전용 231㎡는 지난달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 2000만원(11층)으로 계약되었다.
이는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반전세 포함)는 99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111만원에 비해 10.8% 하락했다. 또한 지난해 3·4분기 연속 2억원을 넘었던 평균 월세 보증금도 1억9042만원으로 2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월세 하락의 원인은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 및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소폭 하락하면서 전월세 전환율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6%로, 지난해 4분기(4.7%)보다 하락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비율로, 비율이 낮을수록 전세 대비 월세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전세 수요 대비 월세 비중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4분기 44.0%에서 올해 1분기 42.3%로 줄었다.
올해 들어 재계약이 늘어난 것도 월세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갱신계약(재계약)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8.9%에서 올해 1분기 33.3%로 높아졌다. 이중 월세계약의 갱신계약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7.4%에서 올해 1분기 34.3%로 상승했다.
이처럼 일부 고가 단지에서 고액 월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전체적인 서울 아파트 월세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출 이자 하락, 전월세 전환율 하락, 전세 수요 감소 및 재계약 증가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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