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방적 백신보다는 직접적인 치료제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 나와
- CP-COV03은 코로나19 변이와 독감 등에 효력을 발휘하는 '멀티 타깃' 치료제가 될 것이라 기대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역대 최대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6621명에 달한다.
이와 같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방적 백신보다는 직접적인 치료제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감염 자체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돌파감염 후 환자들에게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최종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국내외 여러 제약사들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그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 바이러스 표적 치료제의 한계
현대바이오에 따르면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개발에는 여러 난제가 있다. 우선 변이 발생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로 분류되는데, 불안정한 RNA의 특성상 변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에 대해 현재 널리 개발되는 '바이러스 표적 치료제' 모델을 고수하기엔 곤란한 상황이다.
바이러스 표적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신종 변이 출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군(중증 이상)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도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현대바이오의 설명이다. 현대바이오에 따르면 현재 항바이러스제로 렘데시비르가 처방되고 있으나 효능이 의문시되고 내성과 부작용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코로나19 증상과 독감 증상을 동시에 경감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독감은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유사해 의료 현장에서는 두 질환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상황으로, 두 증상에 동시에 약효를 보이는 약물이 의료현장에서 요구되고 있다.
◆ 멀티 타깃 치료제 개발에 착수
현대바이오는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자사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CP-COV03은 코로나19 변이와 독감 등에 효력을 발휘하는 '멀티 타깃'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CP-COV03은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하는 바이러스 표적 치료제가 아닌 '숙주 표적(host-directed)'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 표적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해당 단백질 모양에 변이가 일어나면 약효가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숙주 표적 치료는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기보다는 숙주 세포를 표적으로 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현대바이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경일 박사는 "CP-COV03은 숙주 세포의 오토파지(자가포식)를 활성화시켜 세포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해 변이와 관계없이 효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CP-COV03 주성분은 니클로사마이드다. 니클로사마이드는 TMEM16 단백질 억제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융합체 형성을 차단하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는 여러 주요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숙주 세포를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델타·베타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항바이러스 효능을 입증받은 바 있다.
현대바이오에 따르면 니클로사마이드는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돼 코로나19 폐 손상 억제에 있어 최고의 후보물질로 선정된 바 있다.
현대바이오의 진근우 박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스웨덴 등 유럽 4개 대학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따르면 43종의 범용성 항바이러스제 후보 중에서도 니클로사마이드가 가장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지금까지 기생충 약으로 생산된 바도 있어 향후 대량 생산에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 중증도 이상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있어서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란 포부다. 이날 간담회에서 진 박사는 "중증도 이상 환자들에게 투여할 효과적 치료제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으로 의료현장에서는 렘데시비르나 덱사메타손 등 극소수 약물이 임시방편으로 투여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덱사메타손은 면역 악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하는 만큼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 투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 박사는 "CP-COV03와 항염증제 덱사메타손을 함께 투약하면 치료 효과가 덱사메타손 단독일 때보다 2.1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바이오는 CP-COV03에 대해 향후 코로나19와 독감용으로 임상을 병행할 계획이다. CP-COV03가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임상 1상을 마치면 독감용 임상은 1상이 아닌 2상으로 직행한다.
특히 CP-COV03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생체이용률이 낮다는 점을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생체이용률이란 일정량의 약물이 나타내는 생리적인 효과로 생체이용률이 높을수록 인체에 흡수돼 생물학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생체이용률이 10% 정도라면 특정 약 복용 시 10% 정도만 악효로 사용되고 이 중 90%는 체외로 배출돼 버려진다는 뜻이다.
진 박사는 "니클로사마이드의 인체에 대한 효능은 바그다드대 임상에서 이미 입증됐지만 생체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숙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약물 전달체 기술을 통해 약물이 위와 장의 점막에 오랫동안 붙어 약효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며 "생체이용률을 최대 40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기에 임상 2상 통과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 임상 1상을 마치는 대로 보건당국에 임상 2상을 신청해 내년 상반기까지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낸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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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