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및 9·19 남북 군사합의 무효화 추진
정부는 2일 북한의 ‘오물 풍선’ 대량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대북 확성기 방송 철거와 중단의 근거가 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를 무효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약 1000개의 오물 풍선을 남측으로 날려 보낸 북한은 이날 밤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히 체험시켰다”며 “잠정적으로 풍선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며, 철거되었던 확성기를 재배치해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 경우 즉각 대북 방송을 재개할 방침을 세웠다. 이르면 3일부터 서부전선을 시작으로 대북 확성기 설치 작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남북합의 무효화를 추진하는 것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대북 확성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됐고, 9·19 군사합의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9·19 합의 무효화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9·19 합의 중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 일부 조항을 무효로 할지, 전체를 무효로 할지는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며,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행위는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열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과 29일 대남 오물 풍선 260여 개를 날린 데 이어, 1일과 2일에도 720여 개를 무더기로 살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이 파손되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 북한은 서북 도서 지역에서 항공기와 선박을 대상으로 GPS 교란 공격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오물 풍선 등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무대응 방침을 유지했으나, 도발 강도가 높아지고 민간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강경 대응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북한의 오물 풍선과 GPS 교란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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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