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앞두고 시민 불만 고조...센강 수질 개선 정책 비판 캠페인 확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약 한 달 앞둔 상황에서,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 'JeChieDansLaSeineLe23Juin(6월 23일 센강에서 똥을 싸자)'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특이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 오물을 뒤집어 쓴 마크롱 대통령 이미지에 '#JeChieDansLaSeineLe23Juin'가 달린 게시물. 사진=X캡처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캠페인의 주요 타겟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다. 이들은 올림픽을 앞두고 센강의 수질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센강에서 수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캠페인 참여자들은 "그들은 우리를 똥 속으로 빠뜨렸고, 이제 그들이 우리의 똥 속으로 빠질 차례"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센강에 똥이 떠다니는 이미지나 마크롱 대통령이 센강에서 똥을 뒤집어쓴 합성 이미지 등이 해당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네티즌들은 파리 중심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6월 23일 정오에 오물이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언제 배변해야 하는지 계산해주는 온라인 도구까지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6월 23일이 캠페인의 중심이 된 이유는 이날이 안 이달고 시장이 센강에서 수영하겠다고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수위가 높아져 이달고 시장은 예정된 수영을 취소했으며, 올림픽 개막 전까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올림픽에서 센강은 철인3종경기와 수영의 일부 종목이 열리는 중요한 장소다. 그러나 1923년 이후 박테리아 수치 문제로 센강에서의 수영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왔다는 점이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더욱이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폭우로 인해 철인3종 수영 경기 출발선 인근에서 대장균 수치가 평소보다 3배나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마크롱 대통령과 이달고 시장이 센강 수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직접 수영하겠다고 나선 것이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캠페인을 주도한 익명의 프로그래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버려진 느낌이다. 그들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며 "시는 강물 정화에만 신경 쓸 뿐 시민들의 삶은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캠페인의 배경에는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행사 관계자들로 인해 물가와 숙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센강 수질 개선을 위해 최소 14억 유로(약 2조 815억 원)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반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 도시와 그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복잡한 감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축제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파리 시민들은 이를 '보이콧'하고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향후 메가 이벤트 유치와 운영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항의를 넘어, 도시 개발과 대형 행사 준비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환경 개선과 주민 복지 사이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프랑스 정부가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하고 대응할지가 향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레거시 창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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