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잘못된 건강·의학 정보의 생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책이 필요
- 정부와 의료전문가, 시민사회가 인포데믹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의료정보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온라인 유튜브 채널 KMA TV를 통해 ‘건강정보 인포데믹의 문제점과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잘못된 의학 정보나 가짜 뉴스 등이 미디어·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인포데믹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우선 인포데믹(infodemic)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도가 높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짜 의학 정보의 무분별한 유통을 감시할 수 있도록 의료계가 정부·학회·시민단체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특정 치료 방법이 임상적으로 효능이 있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세포·미생물·생물학적 분자 등의 실험실 연구와 동물연구 등을 통해 효능 및 의학적 기전을 확인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라면서 "인포데믹 시대에 의료인과 언론인은 근거 중심 의학의 개념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의학정보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TV 건강프로그램, 신문의 건강·의학 관련 기사, 건강·의학 관련 도서에서 제공하는 건강정보에 대한 의학적 근거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도구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과 검증을 시행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밝힌 명 대학원장은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잘못된 건강·의학 정보의 생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잘못된 정보 상당수가 의사 등 의료인을 통해 제공되는 만큼 의협이 이들을 더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의협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서 '괴물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산부인과 전문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대중매체에서 제공하는 잘못된 건강정보 상당수가 의료 전문가 이름으로 생성된다. 그리고 이 잘못된 정보가 상업적으로 연계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의료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이를 이용해 오히려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위가 만연함에도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의협이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인 의학전문출판사 꿈꿀자유 강병철 대표는 "의협에서 현대의학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발언이나 행동을 충분히 규제하지 않는다. 이런 학회들이 활동하면서 연수 평점까지 인정받는 상황"이라며 "의협은 신속하게 정정된 정보를 제공하고 의협 회원이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면 즉시 징계 등 경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철주 교수는 인포데믹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전문가, 시민사회가 인포데믹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의료정보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 규제나 완전한 자율 규제가 아닌 전문가 집단, 학계,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측면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청 등 국가 기관 주도는 정보 통제나 표현의 자유 억압 같은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완전한 자율 규제에 맡기기에 의료정보 영역이 요구하는 전문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의협이나 언론단체, 시민단체가 연합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인포데믹 사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국민이 잘못된 정보를 이용하는 심리를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는 소통 전략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강한 어조를 쓸수록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며 "'왜 과학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느냐, 합리적으로 사고하라'고 하기보다 불안하고 공포에 빠진 국민의 심리에 공감하고 보살피는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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