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단 여파에 수입 급감… 전공의 집단 이탈이 직접적 원인
인건비 비중 55% 넘어… 고정비 구조에 수익 개선 여지 제한
기부금 늘었지만 재정 안정은 역부족… 정부 개입 요구 확산
부산대학교병원이 2024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립대병원 재정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진료공백에 따른 수입 감소뿐 아니라, 공공병원의 구조적 한계가 근본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부산대병원 제31기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24년 당기순손실 규모는 65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469억 원보다 약 186억 원 증가한 수치로, 병원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의료수입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의료수입은 약 89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입원 진료에서만 1064억 원이 줄었고, 외래 진료 수입도 969억 원에서 802억 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전공의와 전임의의 대규모 이탈로 인한 진료중단 사태가 병원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결과로 해석된다.
비용 구조 면에서는 인건비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2024년 의료비용 총액 약 9895억 원 가운데 인건비가 4920억 원으로,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했다. 이 중 급여는 4362억 원, 퇴직급여는 528억 원이었다. 약품비(1581억 원), 진료재료비(1522억 원), 복리후생비(253억 원) 등 고정비 항목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병원 재정에 부담을 더했다.
국립대병원이라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탄력적인 인력 운영이 어렵고 필수 진료 유지 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수익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단기적인 수입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병원 운영 전반에 구조적 위기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의료수입 부문에서는 일부 개선된 지표도 있었다. 올해 기부금 수익은 657억 원으로, 전년 352억 원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기부금은 일회성 외부 유입 자금인 만큼, 병원 재정의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자산수증이익 411억 원, 임상연구 관련 수익 282억 원 등도 일정 부분 적자 폭을 메우는 데 기여했으나, 구조적인 재정 개선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영 악화로 보지 않고, 정부의 구조적 정책 실패로 인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의료수가 체계가 여전히 민간 병원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공공병원의 필수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과 같은 시스템 충격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공공병원”이라며 “지금처럼 병원이 수익을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결국 진료 공백과 지역 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체계를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투입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새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