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이재명 후보, ‘탈모약 건보 적용’ 공약에 열광하는 탈모인들…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

- 기능성탈모는 원형탈모와 달리 건강보험 적용 항목에서 제외되고 있어 탈모 치료에 빈부 격차가 발생
- 보험재정에 대해 심사숙고 하지 않은 포퓰리즘으로 공약 경계해야..의사들은 항암치료제가 더 먼저라고 생각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기준 국내 탈모인의 수를 약 1000만명으로 추정했다. 즉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가 지날수록 탈모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위 MZ세대라고 일컫는 젊은 층과 여성 탈모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탈모 인구가 증가하면서 우울증 등 파생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남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인한 기능성탈모는 원형탈모와 달리 건강보험 적용 항목에서 제외되고 있어 탈모 치료에 빈부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공약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탈모인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나,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급여 결정 우선순위를 놓고 보았을때 빠른 시일 내 탈모 치료제에 대한 급여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에 나섰다.


◆ 탈모 치료제의 급여화에 대한 논쟁
현재 건강보험은 원형 탈모 등 환경 요인에 의한 탈모나 지루성 피부염 등 질병이 원인인 탈모의 경우 원칙적으로 치료비를 보장하지만, 질병 요인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또 유전성 탈모나 노화로 인한 탈모는 보장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미용 목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으로도 보장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질병 요인이 명확하지 않은 탈모 환자들은 대부분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그동안 탈모약이나 탈모 치료의 건보 적용을 검토하자는 논의가 없지는 않았지만 탈모로 인해 생명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없고, 결국 미용 목적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탈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여전하고, 개인의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사회적 장애'로 여겨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탈모 치료나 탈모약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흔히 볼 수 있다.

◆ 갈수록 증가하는 MZ세대·여성 탈모환자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탈모증 환자는 14만281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탈모증 환자는 57만5522명으로 조사됐는데 2014년 49만2219명 대비 약 17%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30세대와 여성 탈모증 환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2030세대 탈모증 환자는 13만4233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5만4892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여성 탈모증 환자 역시 21만8088명에서 24만5939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대한탈모치료학회 등 학계와 제약업계는 탈모증을 겪는 인구를 전체 인구의 20% 가량인 1000만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탈모치료를 받지 않거나 병원치료 대신 기능성 샴푸, 영양제 복용 등으로 대체하는 환자가 많다는 분석이다.

◆ 커지는 기능성탈모에 대한 건보 적용 요구
탈모 인구 증가로 기능성탈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요구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탈모인들은  "기능성탈모는 복용약에 보험 적용이 안된다. 하루에 한 알씩 먹는 세 달치 복용 약값은 세 달에 10만원 가량"이라며 "약값이라도 조금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한 "정수리 탈모가 생긴 뒤로 빛이 강한 곳에 나가기 무서워졌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꺼리는 성향도 생겼다"며 "탈모로 인한 일상 불편이 크다. 탈모도 질병으로 보고 치료비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불편을 호소한다.

◆ 탈모 치료에도 빈부격차 발생

건보로 보장되지 않는 점 때문에 탈모 치료에 빈부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는 집단(고소득층)에서 탈모 진료가 늘어난 반면 하위 그룹(저소득층)에서는 진료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인 의원은 당시 "정부는 탈모로 소요되는 정확한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재명 후보,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거대책위원회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등을 이 후보에게 제안했다. 이를 보고 받은 이 후보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연결하면 좋겠다”고 언급하면서 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공약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디시인사이드 ‘탈모 갤러리’ 등 온라인 공간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며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을 ‘뽑는다’는 말 대신 ‘심는다’고 표현하며,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에 빗대 ‘이재명은 심습니다’라고 바꿔 부르기도 했다. 또 ‘이재명은 프로페시아(경구용 남성형 탈모 치료제) 같은 사람’이라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이 후보 측도 열광적인 반응에 화답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에 ‘디지인사이드 헌정’ 영상을 올리며 “완벽하고 심도 깊은 탈모 공약의 완성을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탈모공약 관련 추가제안을 받는다”고 알렸다.

이 후보는 영상에서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 앞으로 제대로 심는다, 이재명. 나의 머리를 위해”라고 말했다.



◆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 입법은 어려워
그러나 ‘탈모 치료제 급여화’ 정책이 실제 소확행 공약으로 선정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외모 개선을 위한 탈모는 물론 노화나 유전으로 인한 탈모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 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에 따르면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나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경우는 비급여 대상이다. 다모(多毛), 무모(無毛), 여드름 치료 등이 포함된다.


◆ 건보 적용 반대의 목소리
기능성탈모를 질병으로 인정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거세다. 탈모는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이거나 미용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탈모 자체로 생명이나 일상적 건강생활에 지장이 오진 않는 것 같다"며 "탈모치료는 미용목적적으로 본다. 차라리 건강보험으로 다른 질병 보장을 늘리는게 좋다고 본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 역시 기능성탈모는 '노화'와 '미용'의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상 대머리라고 하는 기능성탈모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노화와 같은 것"이라며 "기능성탈모 복용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요구는 미용목적인 모발이식에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것과 같다. 건강보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답했다.


◆ 피부과 전문의들의 우려
피부과 전문의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더라도 급여 우선순위를 따질 수밖에 없고, 한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탈모 치료제 특성상 급여로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비급여를 급여화할 때 급여 우선순위에 따라 타당성 평가를 한다. 탈모 치료제는 그간 평가된 항목을 모두 무시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타당성 평가도 통과하지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려면 중증도 평가가 필요하다. 환자들에게 약을 줬을 때 효과를 평가해야 하는데 탈모 치료제는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다. 경제성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중증도 평가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첫 환자는 사진을 보고 평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찍어 보내 달라고 한다. 환자들은 스스로를 중증이라고 생각해서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하겠지만 의사들은 그럴 수 없다”며 “결국 환자랑 싸워야 한다”고 했다.


◆ 항암 치료제가 우선
덧붙여 “보험재정에 대해 심사숙고 하지 않고 포퓰리즘으로 공약을 내놓은 거다. 의사들은 항암치료제가 더 먼저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피부과 전문의들은 “지금도 건강보험재정이 어려운데 탈모 치료제를 급여로 해주면 급여로 전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며 “급여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신약 항암제도 대기 중이다. 탈모 치료제를 보험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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