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직접 세포나 장기를 공격해 장기후유증을 일으키는 증거를 속속 밝혀내
- 호흡기를 통해 폐까지 들어간 바이러스가 폐포를 공격한다는 사실도 확인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탓에 이제는 주변에서도 흔히 완치자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감염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기침이나 발열 등 감기 같은 증상을 겪거나,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고 나서야 본인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무증상에 그쳤다고 한다.
◆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에 대한 관심 증가
그러나 몇몇 연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앓고 난 후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학계에선 코로나19 확진 뒤 12주가 넘도록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후유증으로 분류한다. 자주 발견되는 증상은 피로와 가슴 통증, 복통과 식욕 부진 등이다. 폐에 상처가 남거나 불안장애 증상을 보인 이들도 있다. 확진자 10명중 1명은 브레인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듯 몽롱한 증상)라 불리는 인지장애를 앓는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환자의 절반은 회복 후 6개월 넘게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는데, 학계에선 이를 '장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long COVID) 또는 '포스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후군'(post-COVID syndrome)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장기후유증이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기관지와 폐 등 다른 장기를 직접 공격하거나,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 후각 상실의 위험성
코로나19 대유행이 3년째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직접 세포나 장기를 공격해 장기후유증을 일으키는 증거를 속속 밝혀내고 있다.
흔한 장기후유증 중 하나인 후각 상실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만 해도 바이러스가 신경계에 침투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신경세포에는 바이러스가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없어 정확한 과정을 알 수 없었다.
샌딥 로버트 다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신경생물학 교수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올 때 후각상피 세포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2020년 7월 3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후각상피 세포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붙는 수용체(ACE-2)가 많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염증이 과도하게 일어나 후각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탓에 장기간 후각 상실이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으로 후각을 잃더라도 대부분은 3주 이내 회복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완치자의 최대 35%가 오랫동안 후각을 회복하지 못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18일 '미국의학협회지(JAMA) 이비인후과-두경부수술'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장기후유증으로 6개월 이상 후각을 잃은 사람을 71만2268~160만241명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실제 후각 상실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후각 상실이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을 점쳤다. 특히 냄새를 맡지 못하면 상한 음식이나 몸에 해로운 물질을 인지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 폐손상의 위험성
호흡기를 통해 폐까지 들어간 바이러스가 폐포를 공격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국립보건원(NIH)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를 부검해 바이러스가 어떻게 폐 조직을 손상시키는지 연구한 결과를 지난해 10월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3~47일만에 심각한 폐 손상으로 숨진 환자 18명으로부터 폐 샘플 18개와 혈장 샘플 6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공기 중에서 호흡기를 타고 체내로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 안쪽으로 퍼지면서 과도한 혈전증을 유발해 폐포와 모세혈관 장벽, 폐포상피세포 ,내피세포, 호흡기 상피세포 등을 손상시켰다. 이는 폐섬유증 같은 치명적인 증상으로 이어져 폐가 두껍고 뻣뻣해지면서 기체교환을 방해해 호흡부전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특히 고령자, 비만,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 폐 손상 위험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 면역계 과로로 장기 후유증
학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초기에는 바이러스로 인한 손상이 많지만, 중증으로 악화하는 원인은 과도한 면역반응에 따른 장기 손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 면역계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해 조직을 손상시키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을 겪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코로나19 감염병 현황과 미래 종합학술대회에서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초반에 바이러스가 많이 나올 때는 오히려 병이 심하지 않지만 면역반응이 높아지면서 중증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폐와 간, 심장, 신장, 뇌 등 다양한 장기에서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의 극히 일부가 겪는 후유증인 다기관염증증후군 역시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심장과 폐, 신장, 뇌, 위장 등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염증이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 자가면역 질환 위험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코로나19 감염 후 자가면역 질환과 비슷한 면역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커진다는 근거를 찾았다. 미국 세다스-시나이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자가면역 반응이 일어나 완치 후 장기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감염자 3688명을 대상으로 증상 조사와 함께, 자가항체 혈청 검사를 진행했다. 자가항체는 자기 세포를 병원체로 오해해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다. 자가항체 혈청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전신 홍반 루푸스,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그 결과 이들 중 177명(4.79%)이 자가항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후 생긴 자가항체는 6개월 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은 대부분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겪은 사람들에게 자가항체가 생겼지만, 여성은 무증상인데도 자가항체가 생긴 경우가 비교적 많았다. 연구팀은 여성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무증상자라도 완치 수개월 후 후유증이 나타날 위험이 비교적 크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중개의학'에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후유증을 '팬데믹에 숨겨진 또다른 공중보건 위기'라며 향후 이 문제에 대한 각국의 연구와 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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