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별 공통] 병의협, 이재명 후보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 비판…"이득에 비해 손해가 훨씬 커”
- 국민들이 실손보험 청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보험사별로 청구 서류의 표준화가 돼 있지 않고 요구하는 서류의 양이 많기 때문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이 정책이 실손보험사들의 편의와 손해율 감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
그동안 수술실 CCTV의무화, 건보 특사경 법안 지지 등으로 의료계와 잦은 대립을 해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이번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이슈를 건드렸다. 지난 8일 이재명 후보는 SNS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편화로 보험소비자인 국민이 꼬박꼬박 납부하는 보험료에 맞게 혜택을 간편하게 누리실 수 있도록 이재명이 제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 이 후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 발표
지난 8일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국회에서도 사실상 퇴출된 정책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 후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민 권리도 지키고 병원은 불필요한 서류 발급을 안 해도 되며 보험사 역시 행정부담이 대폭 줄어든다며 '일석삼조'라고 발언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비슷한 제도를 훌륭하고 안전하게 운영 중이라며 의료기관에 진료를 받으면 진료 청구 내역이 건강보험 시스템 등을 통해 해당 기관에 전달돼 심사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 행정부담을 강제하는 전체주의적 정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국회에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데이터화된 환자 정보를 악용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불 거부 사유를 만들기 용이해지게 되면 이로 인해 보험 소비자의 권익이 축소될 수 있다는 문제점과 환자 정보 유출 문제,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정책이라는 점, 개인과 보험사 간의 사적 계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행정 부담을 강제하고 민원 부담을 증가시키는 전체주의적인 정책이라는 점 등이 있었다.
◆ 병의협, 철회 촉구
이와 같은 수많은 부작용을 염려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0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은 보험 소비자인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고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이며, 공권력을 강압적으로 의료기관에 남용하는 정책"이라고 철회를 촉구했다. 그간 이 후보 내놓은 주요 의료 공약인 공공의대 신설,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 등에도 의사들 반발이 있었지만, 이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모든 의약단체가 반대했던 사안이라 차원이 다른 반대에 부딪칠 전망이다.
◆ 표준화된 보험금청구 양식만으로 해결 가능
우선 병의협은 “‘국민’을 기망하는 발언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이득에 비해 손해가 큰 제도”라며 “이 후보가 건강보험 청구 및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실손보험 청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보험사별로 청구 서류의 표준화가 돼 있지 않고 요구하는 서류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액이거나 건강보험 급여 진료의 경우는 영수증 정도만 제출해도 실손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당하고 고액 보험금 청구 시에는 간소하고 표준화된 보험금 청구 양식을 이용하도록 하면 된다“고 분명히 했다.
◆ 실손 보험사들만을 위한 정책
병의협은 이어 “이런 해결책이 있음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 정책이 실손보험사들의 편의와 손해율 감소를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실손 보험사들이 주도적으로 이 제도의 추진을 압박해 왔다는 점과 보건의료 분야 공약이 아니라 금융 분야 공약으로 나온 정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되면 의료기관들은 국민 개인과 보험사 사이에 맺은 사적 계약의 편의를 위해 청구 대행 업무를 하게 됨으로써 행정 부담 및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보험금 지급이 거부됐을 때 환자들의 민원을 감당해야 하므로 아무런 이득이 없다“라며 ”국민 입장에서도 청구 과정에서 알리기 싫은 민감할 수 있는 개인 정보가 항상 보험사에 노출되는 문제점이 있고, 보험 약관 개정 시 지불 거부 사유를 만들기 용이해진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이득에 비해 손해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 사보험 장려 정책은 지양해야
병의협은 "게다가 건강보험 청구 및 심사 제도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청구 및 심사 제도를 언급한 것은 실손보험 청구 및 심사도 건강보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최근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의 심사 업무도 대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병의협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줄이고, 더욱 공고하게 하겠다는 말은 곧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사보험 가입을 적극 장려해 국민들의 의료비 이중 지출을 유도하겠다는 말”이라며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를 자인하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활한 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가급적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로는 이 같은 방향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과감하게 건강보험 제도를 수정하고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마땅히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정상화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숙고한 이후에 공약을 발표해 달라”고 이 후보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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