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아프면 쉴 권리' 상병수당에 대하여

- 질병, 부상 등의 이유로 일을 하기 어려워진 근로자 생계유지를 위해 마련한 제도
- 한국과 미국(일부 주 도입)을 제외한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운영 중

근로자가 아프면 쉬면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일부 보전해 주는 '상병수당'이 2025년 도입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오는 7월부터 3년간 3단계에 거쳐 시범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병수당의 보전 금액이 너무 적어, 시범사업의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83년 독일에서 상병수당 제도가 사회보험 급여로 처음 도입된 이후로,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회보험의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상병수당이란?
상병수당은 질병, 부상 등의 이유로 일을 하기 어려워진 근로자 생계유지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지금은 업무와 관련된 질병, 부상은 산재 처리를 받을 수 있지만, 업무 연관성이 없는 경우엔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병수당이 도입된다면 만약 휴일에 운동을 하다 어깨를 다쳐 6개월 동안 일을 쉬게 된 근로자도 생계유지를 위한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병수당은 현재 한국과 미국(일부 주 도입)을 제외한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상병수당 지급 근거만 마련되어 있고 실제 제도 운용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국제노동기구(ILO)는 1969년 상병 급여 협약을 통해 다음과 같은 국제적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 경제활동인구 75% 이상
- 보장 기간 최저 52주 이상
- 근로능력 상실 전 소득의 60% 이상 보장
- 근로자 기여분 50% 이하
- 대기기간 설정 가능


◆ 상병수당의 논의 배경은?
상병수당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을 못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이들은 치료받는 기간 동안 소득이 없어 대출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 1년 차이던 2020년 상병수당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아픈 기간 동안 소득을 보전해 줌으로써 다음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감염병 확산 방지
- 아픈 근로자에 대한 소득 안전망 구축
- 제때 충분한 치료를 통해 건강권을 확보 가능



이에 정부는 3년간 진행될 시범사업을 모니터링하면서 운영방식, 재원, 세부 대상자 기준, 보장 수준 및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상병수당 제도는 질병으로 인한 소득 양극화를 방지하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체계의 마지막 퍼즐이다. 3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한국형 상병수당 제도를 설계해 나가겠다"(보건복지부)


◆ 상병수당의 대상은?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질병이나 부상을 겪고 있는 모든 근로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게 되었다.

본인이 취업했다가 질병 등의 이유로 쉬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 의료기관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신청하면 된다. 건보공단이 심사를 한 뒤 지급일수를 통보한다.

1단계 시범사업 기간에는 지역에 따라 최장 90일 혹은 120일 동안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아니어도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회사에서 유급 병가를 받은 경우에는 상병수당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병수당을 받는 근로자의 근로 형태에는 제한이 없지만 취업 기간은 한 달에 며칠 이상 등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보건복지부)


◆ 상병수당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복지부는 상병수당 도입 1단계 시범사업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년 동안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 시범사업 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60% 수준인 하루 4만 396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1단계 시범사업에서 약 260만 명이 상병수당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 6개월(7~12월)에는 총 110억 원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시범사업은 6개 시군구에서만 진행되는데 아직 대상 지자체는 결정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은 급여 지급 이후에도 수급자의 소득상실과 근로 여부 등을 확인하고 필요시 사업장, 자택 등을 방문하여 부정수급 여부를 점검하고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급여 지급 중지, 환수, 향수 수급 제한 등의 조치를 한다.

수급기간이 종료된 수급자는 다시 일터에 복귀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수급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상병수당 지급액>
- 하루 : 4만 3,960원
- 최대 120일 : 527만 5,200원

◆ 1단계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모형(안)
상병수당을 지원하는 상병 범위 및 요건은 3개의 사업모형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이는 보장범위별로 정책 대상자의 규모, 소요 재정과 정책 효과를 비교·분석하기 위함이다.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 모형(안)>

- 대기기간이란?
상병수당 제도의 대기기간이란 상병으로 근로가 어려운 경우 대기기간의 다음 날부터 상병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첫번째 모형>
첫번째 모형은 '근로활동 불가 모형'으로 근로자가 질병 및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그 기간만큼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이 모형에서는 근로자의 병원 입원 여부와 관계없이 질병 및 부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대상자로 인정될 수 있는데, 복지부는 택배기사가 골절을 당했을 경우 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일을 못하는 기간 동안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 대기기간 : 7일
- 최대보장 : 1년 이내 최대 90일

<두번째 모형>
두번째 모형도 '근로활동 불가 모형'으로 대기기간은 14일이며 1년 이내 최대 120일까지 급여 지급이 보장된다.

- 대기기간 : 14일
- 최대보장 : 1년 이내 최대 120일

두 모형의 대기기간을 다르게 설정한 것은 대기기간에 따른 대상자 규모와 정책 효과 차이를 분석하기 위함이다.

<세번째 모형>
세번째 모형은 '의료이용일 수 모형'으로 근로자가 입원한 경우 대상자로 인정하되 대기기간은 3일로 짧게 적용된다. 이 모형에서 상병수당은 해당 입원 및 관련된 외래 진료일 수에 대해 지급한다.

- 대기기간 : 3일
- 최대보장 : 1년 이내 최대 90일


"1단계 사업에서는 질병의 보장범위에 따른 정책 효과 분석이 주요 목적이므로 다른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괄 정액 급여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나 2단계부터는 정률 급여 지급 방식을 일부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보건복지부)


◆ 상병수당 신청·지급 절차
<상병수당의 신청·지급 절차>

Step1. 상병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상병수당 진단서를 발급
Step2. 진단서와 상병수당 신청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관할 지사에 제출
Step3. 공단에서는 취업요건 등 수급요건을 확인하고 근로활동불가기간 또는 의료이용일 수가 적정한지를 심사해 급여지급일 수를 확정·통보
Step4. 공단은 급여 지급이 결정된 후에도 소득상실 및 근로 여부 등을 확인하며 필요시 사업장과 자택 등을 방문해 부정수급 여부를 점검
Step5. 부정수급이 확인되는 경우 급여 지급 중지, 환수, 향수 수급 제한 등의 조치
Step6. 수급기간이 종료된 수급자는 근로에 복귀하거나 합병증 발병 등으로 부득이한 경우 수급 연장을 신청할 수 있음



◆ 아직은 아쉬운 상병수당 제도
전문가와 시민사회·노동계 등에선 상병수당의 소득 보전 금액이 너무 적어, 시범사업의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범사업에서 최저임금의 60%로 책정돼 있는데, 이러한 소액의 상병수당을 가지고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사회복지학과 교수)


또한 국외에서는 대체로 아프기 이전 소득의 60~70% 안팎을 적용하고 있는 점을 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룩셈부르크, 칠레 등은 근로능력 상실 전 소득의 100%까지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유급병가와 함께 제공돼야
전문가들은 상병수당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유급병가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유급병가 기간 동안 대기 기간을 채우고, 그 뒤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아프면 쉴 권리'라는 제도 도입의 정신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미국을 제외하고 상병수당을 지급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은 대부분 법정 유급병가 기간과 대기기간이 동일하게 설계돼있다.


"상병수당은 질병으로 어쩔 수 없이 근로활동을 중단해야 할 경우 소득 일부를 보전해줘서 쉴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고용주의 유급병가 제공이나 유급병가의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제도의 순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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