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전국민 주치의제도'..대선 후보들도 관심

- 의료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수가 등 정책적 지원 필요
- 영미권 국가들은 고령화에 따라 나타난 의료비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지자 책임의사(주치의) 제도 도입

최근 지역사회 주민 개인의 건강관리와 진료 서비스를 전담해 제공하는 주치의를 두자는 '주치의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대두되자 대선을 준비하는 주요 4당의 선대본에서도 각각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주치의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차의료 강화 방안으로 떠오른 '주치의 제도'에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태산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의료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수가 등 정책적 지원과 의료이용자인 국민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설득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
현 우리나라의 의료자원환경은 매우 기형적으로 형성돼 있다. 급성기 질환 관련 의료기술은 발전했지만 만성질환의 관리를 위한 영역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드러났다.

- 2019년 허혈성 뇌졸중 30일 치명률 : 3.5%
→OECD국가(평균 7.7%) 중 세 번째로 낮음
- 2019년 급성심근경색증 30일 치명률 : 8.9%
→OECD국가(평균 6.6%) 중 상위권

즉, 지역사회에서 건강관리나 당뇨·고혈압 등 경증-만성질환자에 대한 진료관리 등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치상으로 비교해 봐도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이다.

-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율 : 43.8%
- 당뇨병 환자 혈당조절율 : 27.2%
- 당뇨병 사망률 : OECD 회원국 평균의 1.5배

더욱 심각한 상황은 시군구별로 의료이용과 건강 격차도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고혈압 당뇨환자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국 평균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지표들은 우리 국민들이 '주치의'에 의해 환자교육과 상담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혈압·혈당·지질 등 건강 상태를 목표 수치에 맞춰 치명적인 관련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는 '일차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참고로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했던 유럽 등 영미권 국가들은 고령인구 증가와 그에 따라 나타난 만성질환자의 의료비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지자 지역사회에서 주민 건강을 관리하는 책임의사(주치의) 제도를 도입했다.


"의료 정보 홍수 속에서 의료 이용자가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 건강생활을 실천하거나 좋은 의사나 의료기관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모든 국민은 잠재적 환자이거나 환자로서 능력있고 정성을 다하는 좋은 의사를 만나고 싶어한다. 주치의제도 도입은 국민의 권리다"(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주치의 제도의 장점은?
- 나의 건강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진료 제공
- '원스톱' 진료로 과잉의료와 과소의료 예방
- 원하는 주민 모두가 주치의를 가지므로 건강불평등 완화
- 의료비 증가속도 감소로 국가·국민 의료비 부담 감소
- 여러 병원 이용으로 인한 약물 과다복용 예방

◆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장애인주치의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주치의제도는 일부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30일부터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주치의제도가 도입돼 제3단계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것이다.

"중증장애인이 거주 지역 또는 이용하던 의료기관의 의사 1인을 일반건강 관리의사 또는 주장애 관리의사로 선택해 만성질환(일반건강관리) 또는 장애 관련 건강상태(주장애관리) 등을 포괄적으로 지속 관리받는다"(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하지만 지난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실제 주치의로 활동한 경우가 87명에 그쳐 2019년 기준 중증장애인 98만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아주 부족했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참여의사가 500명 이상 등록해 지난 사업 때보다 진일보했다.

"현재 시범사업은 지난 사업보다 보완이 됐지만 장애인 개별 의료욕구에 부합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주치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재활치료사 운동재활사 등 장애인 건강관리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한팀으로 접근·지원하는 체계 위에서 장애인건강관리가 이뤄져야 한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치의 제도에 대한 궁금증>
일반 국민들은 주치의로부터 건강관리와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전무해 '주치의 제도'에 대한 여러 오해들이 존재한다.

◆ 주치의제도를 시행하면 원하는 다른 의사나 병원을 이용하지 못할까?
"주민은 아프거나 건강상담이 필요하면 주치의를 방문해 적절한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급할 때나 사정이 있을 경우 다른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고가 나면 응급실을 방문할 수도 있다"(운동본부)


◆ 주치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체?
"주치의가 불친절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등 주민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주치의를 바꿀 수 있다. 가까운 혹은 멀리 있지만 마음에 드는 다른 의사를 찾아 등록하고 이용할 수 있다"(운동본부)


◆ 주치의는 전문의에 비해 실력이 부족?
"단과 전문의는 특정 장기와 질병에 관해 심도있는 수련을 받는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는 지역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과 건강관리에 필요한 포괄적인 수련을 마친 종합전문의다. 일차의료 전문의와 상급병원에 근무하는 단과전문의가 다른 점은 실력이 아니라 진료 유형이다"(운동본부)


◆ 유명하고 실력있는 주치의를 두고 지나친 경쟁?
"먼저 주치의 제도를 시행한 외국의 경우 실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이다. 주민들의 입소문으로 평판이 좋은 주치의에게 등록하는 주민의 수가 많아지면 자연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선책으로 다른 의원을 찾게 된다. 만약 진료서비스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편중되면 지역의료관리센터가 조정하게 될 것이다"(운동본부)


◆ 의료수가나 보험료 인상의 문제
"치료행위에 따라 책정되는 현행 진료비 지불제도를 그대로 두고 주치의제의 상담-관리 수가 등이 추가되면 인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착되면 비효율적인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고 건강수준이 향상돼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운동본부)



<각 정당이 바라보는 주치의 제도>
◆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측은 노인과 장애인, 소아청소년 등 돌봄이 필요한 의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단계적 도입을 시작해 전 국민으로 그 대상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주치의제도를 위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도로 인해 의료 이용자들의 의료이용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사안들도 충분히 고려가 된 이후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에 나섰다.


"일차의료의 상당수를 단과 전문의가 차지하고 있다. 단과 전문의원과 포괄적 진료가 가능한 의원들을 차별화할지, 통합할지도 구체적으로 논의가 돼 있어야 한다. 의료인들이 3분 진료에 익숙해져 장시간 상담한다고 했을 때 어떤 기전으로 유인할지도 구체적 논의가 시작돼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행위별 수가제로 가능할지 신랄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실과 이상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설득과 기획이 필요하다"(더불어민주당)


또한 민주당측은 주치의 제도로 의료이용자들의 의료이용 선택권을 너무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주치의 제도가 방문진료, 커뮤니티 케어까지 포괄적으로 갈 수 있도록 지역 사회 의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염병 시대에 대비해 일차의료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차의료를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인지 더 구현돼야 차기 정부에서 주치의 제도를 스텝업 할 수 있는 필요성이나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더불어민주당)


◆ 국민의힘
다음으로 국민의힘은 개인의 의료서비스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한국형 주치의 제도 모델'을 강조했다.

우선적으로 주치의의 자격과 기능에 대한 설정과 진료 지원체계 설정, 환자 개인정보 관리 등 진료 인프라 구축과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주치의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나 의욕만 갖고 성큼성큼 가서는 추후 수용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문지기 권한이 지나치게 크면 의료인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국민의 저항도 심해질 수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한국형 주치의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주치의와 지속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야 한다. 의료인들 또한 공감 가능한 이익을 받아야 추진 가능할 것이다. 지역 일차의료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최종안을 만들겠다"(국민의힘)


◆ 국민의당
반면 국민의당은 '문제인케어'가 의료전달체계 확립 없이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춰 결국 의료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지적하며, 주치의제도 도입에 가장 최우선 과제로 '의료전달체계'를 꼽았다.


"문 케어로 인해 지역 필수의료 인력 공백 불균형이 심화됐다. 결국 본인부담금은 낮아졌지만 의료지원의 이용이 비효율적이고 의료재정이 증가하는데 비해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화되어 필수의료 공백이 커지는 문제가 심화됐다"(국민의당)


또한 국민의당은 주치의 제도의 기본적 방향은 '합리적 의료이용'으로 설정하고, 일차의료의 기능인 접근성, 포괄성, 지속성, 조정성 등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보장하는 동시에 의료인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치의 제도는 국민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 촉진, 일차의료 강화를 통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좋은 제도지만 주치의 제도 근간인 의료전달체계가 전혀 확립되지 않았다. 이를 최우선으로 한국형 주치의 제도 도입 모형을 신중히,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국민의당)


특히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적 보상과 일차의료인 양성을 위한 의대 교육제도 개편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소아청소년과 장애인, 고령층 등 의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정책효과 검증 후 단계적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먼저 하고 초고령사회 등 변화하는 의료환경을 고려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선결조건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소아청소년, 장애인,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국민의당)


◆ 정의당
정의당은 가족이나 본인이 아플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한 의학정보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당황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뢰하는 주치의가 있다면 그런 염려가 사라질 수 있다며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건수가 OECD 국가들 중 최고이며, 평균 재원일수도 OECD 평균의 2배를 넘는다며 주치의가 있다면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줄고 필요 이상의 검사와 처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심상정 출범 즉시 전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개년 계획>
- 건강보험 하나로 100만원 상한제
- 전국민 주치의제도
- 원스톱 산재보험

정의당은 주치의제 도입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치의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조직과 예산, 의료를 뒷받침하는 법률적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의 중심 인력 체계를 일차의료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모든 의과대학에 주치의 수련 과정을 설치하고, 임기 중 인구 100만명 규모의 도시를 중심으로 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해 임기 5년 후 전국민 주치의 제도를 구현하겠다는 단계별 계획도 밝혔다.

특히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환자등록 수가나 왕진 수가 등 현실성 있는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일차의료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산재부터 질병까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중 하나가 전국민 주치의 제도다. 모든 국민이 주치의에게 일상 관련한 진료를 받고 전문진료가 필요하면 주치의가 책임지고 상급병원과 연계하고 퇴원하면 돌봄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현실성 있는 수가 정책으로 의사들이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행위를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정의당)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