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돼지 심장 이식 수술 받은 환자, 2개월 만에 숨져

- 이번 수술을 통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이 인체 내에서 잘 기능할 수 있고 면역 체계도 적절하게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로 대기 목록에 오르기도 전 수천 명의 환자들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에서 세계 첫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두 달 만에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은 지난 1월 이식 수술을 받은 데이비드 베넷(57) 환자가 전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수술을 진행한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의료진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며칠 전부터 그의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해져 고통 완화 처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베넷은 심장질환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의료진은 베넷이 인체 장기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어 돼지 심장 이식이 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했다. 수술은 베넷의 동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진행됐다.


보통 동물의 장기가 인체에 이식되면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나타난다. 베넷에게 이식된 장기에는 이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와 심장 조직의 과도한 성장을 막는 유전자를 제거한 것이다. 또 외부 장기를 받아들이는 인간 유전자를 삽입했다.

그동안의 동물 심장 이식 수술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1983년 한 신생아가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았지만, 거부반응으로 21일 후 숨졌다. 60년대에도 한 환자가 침팬지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9개월 후 사망했다. 


의료진은 수술 후 3일이 지나도록 환자가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식된 심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혈압이 생겼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에는 베넷이 병원 침대에서 슈퍼볼을 시청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AP통신은 9일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끝내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수술 집도의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우리는 베넷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는 마지막까지 싸운 용감하고 고귀한 환자였다”고 말했다.


메릴랜드대의 동물·인간 이식 책임자인 무하마드 모히우딘 박사는 “이번 수술을 통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이 인체 내에서 잘 기능할 수 있고 면역 체계도 적절하게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기 이식 전문가인 로버트 몽고메리 뉴욕대 랑곤 헬스(NYU Langone Health) 박사는 “이번 수술은 미지의 영역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였다”며 “여러 이식센터팀이 또 다른 임상시험을 계획한 만큼 이번 수술로 인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다음 임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장기 공유 연합 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사상 최대치인 4만1000건 이상의 장기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여기에는 심장 이식 수술 약 3800건이 포함되어 있다. 또 11만명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되어 있지만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로 대기 목록에 오르기 전 수천 명의 환자들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장기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이번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심각한 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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