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폭언 등 상담 매년 증가세
간호사 절반 이상 차지…구조적 문제 드러나
“근무환경 개선 없인 환자 안전도 장담 못 해”
최근 5년간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상담 건수가 6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간호사 피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의료인력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인의 권익 침해를 넘어 환자 안전과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 상담은 총 6019건에 달했다. 개인상담이 3616건, 집단상담 2306건, 전문가 자문 9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79건에서 2022년 711건, 2023년 1800건으로 급증했고, 2024년에는 2205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7월까지 1224건이 접수돼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담 사유별로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이 808건(13.4%)으로 가장 많았으며, 폭언·폭행(138건), 따돌림(87건), 성 관련 피해(50건)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모욕적 발언을 듣거나, CCTV로 근태가 감시되는 사례, 사적인 심부름 강요 등 구조적인 인권침해 양상이 드러났다.
직종별 피해는 간호사가 3487건(57.9%)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행정직·환경미화직 등 기타 병원 종사자 1213건(20.2%), 간호조무사 352건(5.8%), 물리치료사 207건(3.4%), 치과위생사 180건(3%), 임상병리사 145건(2.4%), 방사선사 93건(1.5%), 의사 87건(1.4%)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가 단순히 직장 내 문제를 넘어 의료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권침해가 반복되면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이는 결국 필수의료 공백과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간호사 이직률은 타 직종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근무환경 악화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서 의원은 “의료현장에서 빈발하는 괴롭힘과 갑질은 단순히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라는 구조적 배경에서 비롯된다”며 “의료인력이 존중받는 환경을 마련하지 못하면 환자 안전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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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