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월 300건 이상 배달하다 숨진 마트 직원 산재로 인정

- 주 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2시간씩 근무
- 공단, 휴식 중 뇌출혈이 발병했으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 관계없다 주장
- 법원 “매주 60시간 이상 근무... 상당한 스트레스였을 것”

한 달에 300건이 넘는 배송일을 하다 쓰러져 뇌출혈로 숨진 마트 배송 직원에 대해 산업재해 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시가 나왔다. 29일 인천지법 행정1-3부는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에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승소를 판결했다고 밝혔다.



경기 부천시의 한 동네 마트에서 일하던 30대 남성 A씨는 2020년 4월 출근 준비 도중 갑자기 코피를 쏟았다. 평소에도 하루 2번 정도 코피를 흘렸으나 이날은 멈추지 않아 집 근처 병원에 방문하였다. 그럼에도 오후까지 코피가 계속되자 의사의 권유로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추가 진료받았다.

안타깝게도 6일 뒤 늦은 밤 A씨는 거실에 누워 몸을 떨면서 소리를 질렀고,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에는 동맹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 진단을 받고 한 달 뒤 숨졌다.

A씨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전까지 동네 마트에서 3개월가량 배송업무를 했었다. 1주일에 하루만 쉬면서 매일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 주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3∼4층짜리 빌라나 주택이 많았고, A씨가 직접 물건을 짊어지고 계단을 올라야 했다. 20㎏짜리 쌀이나 생수 묶음을 배달해야 하는 날도 잦았다.

보통 하루에 10∼14건을 배송했는데 휴무일을 빼면 한 달에 300건이 넘었다고 한다. 배송뿐 아니라 야채나 생필품 등 물품이 마트에 들어오면 종류와 수량을 확인하고 정리해야 했고, 틈틈이 라면이나 술을 진열하는 일도 그의 업무였다. A씨의 아내는 2020년 7월 "남편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공단 측은 "A씨가 퇴사한 뒤 (1주일가량) 일하지 않으면서 휴식하던 중에 발병했다"며 "퇴사 직전 업무 부담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통보했고, A씨의 아내는 해당 처분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A씨의 사망이 만성적인 업무부담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산업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출혈로 출근할 수 없었던 날까지 만성적인 업무 부담을 겪은 사실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했고, 배송업무는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마트 측은 A씨가 출혈로 출근할 수 없었던 당일 문자를 보내 해고를 통보했는데 이는 부당해고로 판단된다"며 "A씨가 응급실에 가기 전까지 1주일간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부당해고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이라며 "부당 해고로 인해 불안해했을 것으로 보이고 (1주일간 출근하지 않고) 휴식해 증상이 호전됐다는 자료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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