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금리 상승, 매물만 쌓여... 영끌 ‘노도강’ 지역 비상

-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매수가 집중된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집값 급락
- 한국은행 기준 금리 연말 3%대 전망, 1인당 이자 부담 연말 160만원대 추산

지난해 20대, 30대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의 매수가 집중적으로 몰린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지역의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과 이자 부담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잇따라 매물을 내놓고 있음에도,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아파트의 실수요층 수요가 낮아지면서 거래 시장은 사실상 매물만 쌓이고 구매자는 없는 개점 휴업상태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14% 떨어졌다. 부동산원의 조사 기준으로 2012년 7월 둘째 주에 0.16%가 하락한 이래로 가장 크게 떨어졌다. 전주 조사(0.09%)와 비교해도 하락 폭이 한 주 만에 0.05%P 커진 셈이다.

지역별로 상세하게 들여다봐도 하락세가 완연하다. 전국의 176개 시·군·구 중 151곳에서 한 주 전보다 아파트값이 하락했고, 21곳만 아파트값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률도 지난주 0.09%에서 0.11%로 높아졌다. 전주에 이어 서울의 모든 구에서 아파트 값이 내려갔으며, 2019년 3월 첫 주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노원(-0.23%), 도봉(-0.22%), 성북구 (- 0.21%) 등 서울 동북권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노도강 지역에서는 기존 거래가들에 비해 수억 원씩 떨어진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10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노원구 월계동의 한진한화그랑빌(전용면적 84㎡)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달 8억 5500만원에 거래되었고, 도봉구 창동 동아아파트(전용면적 88㎡)는 작년 8월 11억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달 11일에는 무려 2억 2000만원이 떨어진 8억 8000만원에 거래가 완료됐다.

올 초만 하더라도 8억 1000만원의 값을 기록했던 노원구 공릉동 공릉 풍림아이원(전용 59㎡)은 최근 호가가 6억 5000만원까지 떨어졌으며, 도봉구 창동 북한산 아이파크(전용 101㎡) 실거래가도 작년 5월 13억 5000만원에서 지난달 10억 4500만원으로 3억원 넘게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의 매수심리가 15주 연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3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7로 지난주(84.4)보다 0.7P 떨어졌다. 이는 2019년 7월(83.2)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집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서울의 5대 권역 중에서 매매수급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은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이 포함된 동북권(77.2)으로 나타났다.

정성진 부땡톡 대표는 “서울 강남권에 비해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노도강 지역은 대출과 금리 인상에 민감한 수요층인 영끌족이나 갭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이라고 설명하며 “다시 말해 잇단 금리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가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영끌 수요가 몰린 지역의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지역의 월세는 되레 두드러지는 오름세를 보인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줄어든 반면, 대출 이자 부담을 피해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만 뜀박질을 지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7월 기준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월세는 도봉·동대문구(0.26%), 노원·광진구(0.25%), 마포구(0.21%), 서대문구(0.18%), 강북구(0.14%) 등 강북지역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영끌족들의 대출이자 상환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 3000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2.50%까지 올랐다. 지난 8월 이후 1년 동안 금리를 2.0%포인트 올리면서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30만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산출됐다.

한은의 올해 예정된 금통위는 두 차례(10·11월)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3%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60만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차주들이 체감하는 대출 이자 증가폭은 이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로 3억원을 30년 만기, 연 3% 금리로 빌렸을 경우 한 달에 갚는 원리금은 126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금리가 5%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161만원으로 뛰게 된다. 매달 약 35만원씩 연간 400만원 넘게 더 빠져나가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제히 수신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6일부터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도 최대 0.3%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최대 0.4%포인트 상향할 예정이다. 수신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신금리가 오르면 금융사에 넣어둔 돈이 많은 자산가들의 이익이 커지지만, 대출받은 대다수 서민층이나 영끌족들에게는 돌아가는 혜택이 미미하다"며 "오히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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