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정부가 지나치게 성급” 잠정 중단

- 정부 ‘규제개혁 1호’ 한 달만에 후퇴
- 주먹구구식 추진, 이해관계자 설득 실패
- 대형마트·소상공인 ‘해묵은’ 갈등만 키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가 결국 소상공인 등 여론에 강한 반발에 흐지부지됐다. 정부는 “현행제도를 유지하면서 관련 내용을 신중하게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영마트 영업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었던 2차 규제심판회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부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월 2회 휴무를 규정한 제도이다.



의무휴업 폐지가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윤석열 정부의 주먹구구식 규제 해체 추진이 꼽히고 있다. 특히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투표 등을 진행한 것이 소상공인들의 큰 반발을 샀다. 더군다나 노동자 휴식권 등 새로운 문제도 제기됐다. 규제 완화를 수년 기다린 대형마트 업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번 완화 추진으로 과거의 갈등만 다시 키웠다는 질책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어느 정부보다도 ‘시장 자율’을 강조하면서 대형마트의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특히 올해는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커머스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대형마트는 더 이상 ‘강자’가 아니라는 평가받고 있었고, 1인 가구가 증가해 대형마트의 전성기는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었기에 충분히 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다.

민심의 변화도 대형마트의 규제 완화 쪽으로 기울었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경쟁 구도의 시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시각이 확대된 것이 주요했다. 실제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8%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난달 진행한 ‘국민제안 톱10’ 투표에서도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가 1위에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소상공인 단체는 집단으로 반발했다. 특히 정부가 이벤트성으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를 벌인 것이 큰 공분을 샀다. 이해관계자들과 당사자들에게는 묻지 않고 인기 투표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온라인 투표를 두고 공정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대형마트들 입장에서도 갑작스러운 논란에 적극적으로 입장표명을 하지 못하는 등 부담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자칫하다간 그동안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갈등도 등장했다. 노동자들의 휴식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보호는 물론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해주는 노동자 보호의 역할도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대형마트들의 업무가 과거에 비해 추가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온라인 몰과 협업에 따른 배송 업무가 증가하고, 인력 감축으로 인해 일손 부족 등을 근거로 들었다. 오히려 ‘쉴 권리’를 위해 의무 휴업을 4일로 늘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골목상권 침해 주장도 여전했다. 민심이 돌아섰다 해도 정부는 소수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을 없애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규제 해제 이전엔 상생안 마련이 먼저라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여러 시민·소상공인 단체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집권 초기인 정부는 이에 흔들렸고 지지율마저 떨어지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 해제 논란이 자칫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여론몰이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가 마주 앉아 소통하는 토론의 장도 열리지 않았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절충점을 찾을 기회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다. 주먹구구식 '규제 해제' 선언에 혼란만 가중됐다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거세다. 오히려 국민 간의 갈등이 커졌다. 대형마트, 소상공인 양 진영 모두 이번 정부의 조치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무려 10년간 규제가 이어졌던 만큼, 이번에는 시대 변화가 정책에 반영되길 기대했다"며 "심도 있는 공론의 장이 열리길 원했지만 온라인 투표 등 공정성 논란으로 논의 자체가 막혀버린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이어 "아직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서도 조심스럽게 나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조만간 논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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