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이폰 없는 유일한 시장’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 복귀할까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사업 철수
- 러시아 매체, Z플립 4·Z폴드4 러시아 웹사이트 등장 근거 주장
- 러시아 경제제재 및 규탄 속에서 삼성, 공식적인 러시아 시장 재진입 입장은 내놓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전쟁 초반, 러시아는 맹렬한 기세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포위하며 우크라이나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과 군인들이 사망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혹한 실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전쟁의 참혹한 실상에 전쟁의 원인인 러시아는 세계의 규탄을 받았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경제 부총리 겸 디지털 혁신부 장관은 직접 트위터를 통해서 애플을 비롯해 몇몇 빅테크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공조를 요청했다. 상세 내용은 조금씩 상이하지만 큰 틀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애플은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 위성 인터넷망인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며 직접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장관은 국내 기술 대기업인 삼성전자에도 연대를 호소했다. 지난 3월 페드로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을 언급하고 “세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딜 것을 촉구한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페도로프 장관은 “삼성이 세계 평화를 걱정하며 권위주의적 침략에 지지하지 않을 것을 믿는다”라며 삼성페이를 비롯한 삼성 갤럭시스토어 등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페이는 러시아 내에서 구글페이, 애플페이에 이어 3번째로 인기가 있는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이다.

페도로프 장관이 삼성에 사업 중단을 요청한 것은 삼성이 러시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 애플과 끊임없는 경쟁속에서 꾸준히 러시아인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였다. 지난해 4분기에는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샤오미와 애플을 제치고 현지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러시아 브랜드 시장조사업체인 OMI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10년 간 글로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페토로프 장관의 촉구 직후 현지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삼성은 여러 지정학적 상황을 이유로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이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6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후 추가지원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는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른 시장이었다. 시장 규모는 크진 않지만 의미가 있는 시장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와중에 삼성도 가만히 있기는 어려웠다. 삼성이 ‘러시아 보이콧’에 동참하자 언론은 이를 전쟁으로 인한 물류난, 기업 이미지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결정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와 계속 교류를 이어간다면 전쟁을 일으킨 국가와 거래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이 러시아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1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가 10월 러시아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의 출처는 러시아 매체인 이즈베스티야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즈베스티야는 삼성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하여 삼성이 10월 러시아 시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단말기 공급 재개와 함께 공식 온라인 스토어도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러시아 웹사이트에 최근 출시된 갤럭시 Z플립 4와 Z폴드 4가 등장한 사실을 들었다.

러시아는 3월 많은 해외 기업이 자국에서 철수한 뒤로 소매업체가 제품을 수입하는 병행 수입제도를 도입했다. 덕분에 러시아 국민들은 철수한 기업들의 제품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기는 힘들어 원래 값보다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삼성 스마트폰 역시 지난 6월 말부터 병행수입 품목에 포함되어 판매되고 있다. 병행수입 품목에는 애플의 아이폰도 포함되어 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14를 출시했지만 러시아 시장으로의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이 아이폰 14를 구매하려면 병행 수입 제품으로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 매체의 보도처럼 삼성이 현지 시장으로 복귀한다면, 병행 수입된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안 그래도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1위를 달리던 삼성이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사실상 독점이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략행위와 전쟁범죄들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경제적인 제재를 이어가는 국제 정세의 흐름에 역행하며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할 경우 그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으며, 추후 관련 사항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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