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들이 내과를 외면하는 이유는…“보람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

과중한 업무·낮은 보상·높은 법적 책임이 주요 원인
내과 기피 현상,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확산
전공의 수급 안정과 근무환경 개선 위한 정책적 개입 요구돼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핵심 진료과인 ‘내과’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점점 기피 과목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선 임상 현장에서 그 원인을 진단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내과 진료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희의료원 심장내과 이진호·우종신 교수는 대한내과학회지에 ‘젊은 의사가 내과의사를 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내과 지원 기피 현상이 단순한 진로 선호의 문제를 넘어 중환자 진료 등 필수의료 체계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에 따르면 내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업무 부담, 낮은 보상 체계, 그리고 높은 법적 책임이다. 특히 응급실, 병동, 중환자실 등 내과가 주로 활동하는 진료 환경은 환자 상태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긴박한 대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나 보호 장치는 미비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내과는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진료과지만,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 결과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법적 책임을 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젊은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를 지키려다 오히려 의사가 무너지는 구조”라며 현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SNS, 수련 후기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각 진료과의 업무 강도, 당직 일정, 수익 구조, 병원 내 대우 등 구체적인 정보가 손쉽게 공유되면서, 젊은 의사들은 사명감보다 ‘삶의 질’을 중심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내과는 손해 보는 전공”이라는 인식도 확산 중이다.

이 교수는 “현 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그런데 내과는 업무 강도는 높고, 보상은 적으며, 법적 리스크는 크다”며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내과 회피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내과의 일부 세부 전공은 시술까지 병행해야 하지만 보상은 여전히 미흡해 젊은 의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내과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경우 고령화 사회에서 급증하는 만성질환과 중증환자 진료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내과의 전문의 감소는 국가 필수의료 체계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내과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근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는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 법적 보호 장치 마련,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과 수련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공의 수련 초기부터 과도한 당직과 책임을 부여하는 시스템 자체가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젊은 의사들을 질책하기보다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단순한 감정 호소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과 구조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병원, 학회 모두 역할을 나누고 실천에 옮겨야 내과가 다시 보람 있는 진료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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