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법원은 외국인 엄마가 딸의 교육을 ‘방임’했다는 이유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1심 판결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의 딸 B(13)양이 초등학교 5학년 때 30여일간 등교하지 않은 것을 두고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재판에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인인 A씨는 한국인 남성과 2008년 결혼하여 B양을 낳았으나 이혼 후 홀로 양육을 책임졌다. 이후 2016년 지금의 몽골인 남편과 재혼해 B양의 동생도 낳았다. 그러나 A씨는 B양의 초등학교 담임과 학교 측과 갈등을 겪었다. 딸의 교내 따돌림 문제와 교육상 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남편의 비자 발급을 위한 탄원서 작성 부탁 등의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다.
그 와중에 2019년 A씨와 B양은 ‘가족 비자신청’등을 이유로 체험학습신청서를 내고 몽골로 출국했다. A씨는 자녀양육(F-6-2)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단기일반(C-3-1) 비자를 갱신해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지연되어 몽골 체류 기간이 신청서의 허가 기간을 넘기자 학교 측은 “30여일간 B양을 등교시키지 않는다”며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지난 7월 19일 열린 1심 재판에서 B양의 담임은 “피고인(A씨)이 학교로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며 “피해의식과 망상장애가 있고, 주민센터가 나눠준 쌀에 ‘쥐가 나왔다’며 난동을 피운 적도 있다고 들었다. 정신적인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진술했다. 당시 재판장 역시 “피고인이 좀 (학교 측에) 적대적이지 않냐”며 “피해의식이 왜 생겼는지 의문이 든다, 좀 불편한 학부모”라고 발언했다. A씨가 이에 대해 난동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B양을 증인으로 불러달라는 요청도 기각됐다.
심지어는 A씨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법정에서 발언을 대리해야 할 변호인조차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변호인을 몇 명이나 바꿨던지”라고 진술했다. 결국 A씨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A씨는 불복하여 항소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열린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낸 증거만으론 피고인이 아이를 방임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친모로서 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결석 기간 몽골에서 A씨가 B양을 원어민 영어학원에 보내고 학습지를 풀게 한 점, 한국에서 국제학교와 대안학교에 다니기도 한 점 등에 주목했다. 담임조차 "아동을 홀로 두고 출국하면 아동복지법상 방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A씨에게 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특히 '남편 등 다른 가족의 한국 입국'이 주된 출국 목적이었다고 해도, 이를 아동의 교육과 별 관련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피고인의 가족 모두가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는 아동복지법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다른 사유가 있어서 그 입국 시기가 늦춰질 수 있었다"고 했다.
1심에서 증인으로 나오지 못한 B양은 항소심에서 A씨의 무죄를 탄원했다. A씨는 "한국인들은 말을 많이 하면 저를 적대적이라고, 말을 안 하면 바보 같다고 했다. 외국인을 외계인이 아닌 인간으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인정된 A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무원이 매뉴얼을 이용해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단 것을 알게 됐다. 정말 고의적인 신고였다. 이 일로 딸은 수년째 '의무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늘 같은 서류로 발급받던 제 자녀 양육 비자가 2018년 안 나왔다가 (형사 재판을 받고) 지난해엔 발급됐다. 그럴 거면 왜 처음부터 안 줬는지 모르겠다"며 "이전엔 저보고 나가라고 해서 문제가 됐고, 이 사건에선 나가서 문제가 생겼다. 제가 외국인 엄마여서 문제인가 싶다. 정말 아동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한국 사회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를 우선 고려해주면 좋겠다. 아동복지법에서도 모든 아이는 차별 없이 행복하게 자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외국인도 아닌 자국민의 문제다. 한국인인 딸을 데리고 나가라고 할 게 아니라, 자국민 일에 더욱 따뜻하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사가 무죄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하면서, A씨는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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