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IMF’? 한국, 통화가치 폭락에서 아시아서 가장 취약

- 글로벌펀드 자금 회수 나설 땐 투자 자본 유출 속도 빨라져
- 한국의 원화·필리핀 페소화 등 경상 적자국 통화 ‘취약’ 지적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 2위인 중국과 3위인 일본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1997년에 발생했던 외환·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미국 블룸버그의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지역 전반에서 자금을 대거 회수하면 급속한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시아에서 무역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한국이 통화가치 폭락에서 가장 취약한 상태라는 주장도 나왔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하여 25% 안팎으로 폭락했으며, 중국 역내 기준 위안화 가치도 달러에 비해 10% 넘게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과 중국이 폭락하는 자국 통화의 환율 방어를 위해 긴축 정책을 펼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금리 인상 여력이 아직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과 중국은 아직 초저금리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 부양 정책을 시행하면서 달러 대비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계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아시아의 경제와 무역 등 전반적으로 차지하는 위상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근 경제 불안이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엔화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MSCI) 신흥국 통화지수 간 12일 상관계수가 지난주 0.9 이상으로 급등해 2015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일본 미츠호증권 싱가포르 지점의 경제 및 전략 책임자인 바슈누 바라탄은 “위안화와 엔화는 아시아 지역의 큰 닻으로, 약세는 아시아 통화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맥쿼리캐피털 관계자는 아시아 통화 중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화 등 무역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가 가장 취약하다고 꼽았다. 이 관계자는 엔화와 위안화 둘 다 가치가 하락하면 신흥국 통화 보유자의 헤지(위험 회피)와 달러 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미즈호은행 관계자는 "위안화와 엔화 약세는 아시아 무역·투자와 관련해 통화가치를 불안정하게 할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어떤 면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경제 강호를 부르는 '브릭스(BRICs)' 용어 창시자인 짐 오닐 골드만삭스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당 엔화의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이 뚫리면 1997년 같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역의 두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 통화의 폭락은 해외 자금에 겁을 줘 아시아 전체에서 자금을 빼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아시아의 본격적인 외환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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