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서 1년째 거주 중... 세금으로 누린 초호화 해외 주재

세종학당재단의 베트남 파견 직원인 A씨는 5성급 호텔에서 생활한 지 1년이 넘었다. 상대적으로 값싼 베트남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방값이 비싼 편에 속하지만 재단에서 매월 426만 원의 주거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A씨는 1년간 재단으로부터 5,120만 원의 주거비를 지원받았다.


▲ 출처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관광공사의 중국 파견 직원 B씨는 함께 거주 중인 두 자녀를 사립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 공사에서 두 자녀의 학비로 월평균 344만원, 239만원을 각각 지원해 매월 총 570만 원 상당의 학비를 받고 있다. B씨가 3년 간 공사로부터 ‘자녀 학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2억 3,558만원이다. 공사가 중국에 파견한 또 다른 직원도 두 자녀의 학비로 월 360만원, 339만원을 매달 지원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의 일부 해외 주재원들이 자녀 학비와 주거비 명목으로 ‘초호화 지원’을 받는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해외파견 직원에게 주거비를 지원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8곳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자료에서다.

이에 따르면 고급 아파트나 호텔에서 거주하면서 매월 600만원 이상을 지원받은 직원들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공공기관 방만경영 개혁' 기조와 맞물려 “지원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관광공사의 UAE(아랍에미리트) 파견 직원 C씨는 56평의 ‘오션뷰’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31개월간 매달 485만원씩 총 1억5000여만원의 주거비를 지원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러시아 파견 근무 중인 마케터 D씨도 67평의 고급아파트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살면서 11개월간 매월 567만원의 주거비를 지원받았다.

한국어 및 한국문화 보급사업을 하는 세종학당재단의 경우 해외파견 직원에게 월평균 424만원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5년(2017~2022년)간 해외 주재원에게 가장 많은 주거비를 지원한 기관은 한국관광공사로, 약 155억1600만원을 주거비로 지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 월세는 2021년 11월 기준 124만원이다. 김승수 의원은 “주거비가 세계적으로 비싼 서울도 월세가 100만원대 수준인데, 그보다 훨씬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에서 고급호텔 주거비로 월 400~500만원을 지원받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재외공관 청사ㆍ관저 및 직원주택 임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가족 인원수에 따라 침실 수 제한이 있는데, 실제로는 1인 가구임에도 침실 수 제한 규정을 초과하는 50평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해외주재원들은 자녀 학비도 쏠쏠하게 지원받았다. 1인당 많게는 수억 원의 학비를 지원받은 이도 있었다. 특히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지난 5년간 해외 파견 직원 자녀에게 1인당 월평균 224만원의 학비를 지원해 해당 기관 중 평균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필리핀 파견직원 E씨는 두 자녀를 사립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10개월간 4759만원의 금액을 ‘자녀 학비’ 명목으로 지원받았다.

외교부의 ‘재외공무원 자녀학비보조수당 규정’에 따르면 학비 수당 상한선은 초ㆍ중학교의 경우 자녀 1인당 월평균 미화 700달러, 고등학교의 경우 월평균 미화 600달러다. 현재 원·달러 환율 기준 한화 약 80~100만원 수준이다. 규정상 월평균 학비가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외교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얻어 초과액의 65%까지 추가로 지급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월 500~600만원 지원은 규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승수 의원실의 지적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1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공공기관 방만 경영에 대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회의에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김승수 의원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공공기관 자녀의 해외명문 국제학교 학비와 호화 주거비를 수억 원씩 지원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라며 “문체부는 각 공공기관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외 파견 직원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세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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