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서 아내 살해 50대 남성 구속 영장 신청... “취해서 기억 안난다”
- 창원에서는 전 여자친구 ‘살인미수’ 50대 남성 체포
- ‘전주환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미흡
40대 여성이 남편의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경찰에 4번이나 신고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지만 결국 대낮 거리에서 남편에 의해 살해됐다. ‘전주환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충북 서산 경찰서는 4일 오후 3시 16분 경 서산시 동문동의 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아내 A씨(44)를 살해한 혐의로 남편 B씨(50)를 체포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살려달라는 A씨의 비명을 들은 시민들이 B씨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는데, B씨는 “술에 취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한 달동안 총 4회에 걸쳐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B씨를 신고했다. 경찰은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1일, 부부를 분리조치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B씨가 A씨를 찾아오자 두차례 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 신청과 함께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피해자 보호 명령이 내려지면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100m 거리 이내 접근과 통신 접촉이 금지된다.
추석 연휴를 지나 법원의 피해자 보호 명령이 지난달 19일 내려졌음에도 B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지난달 26일 A씨를 찾아갔다. A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B씨에게 경찰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일정을 미뤄달라”며 불응했고, 결국 4일 A씨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일할 때 손에 물을 묻혀야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스마트 워치를 잠시 풀어놓은 사이에 범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도 경찰이 신청한 조치를 검찰이 반려해 피해자가 살해당할 뻔했던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마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7월 7일 교제했던 여성을 찾아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공구로 폭행한 남성 C씨(55)를 긴급 체포했다.
앞서 5월 22일에 C씨는 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피해 여성의 집에 무단 침입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상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취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반의사불벌 조항에 따라 불송치 결정 후 6월 긴급응급조치가 해제됐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2개월간 정용되는 잠정조치를 신청했는데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창원지검 마산지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경찰에서 긴급응급조치를 신청했기 때문에 잠정조치를 반려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요청대로 검찰이 잠정조치를 법원에 제출해 내려졌다면 범행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응급조치는 불이행시 과태료에 그치지만 잠정조치를 어기면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 1∼8월 신청한 잠정조치 4378건 중 624건(14.3%)이 검찰에서 반려되거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권 의원은 “경찰이 가해자 분리가 필요하다며 잠정조치를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안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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