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은 늘었지만 국내 출고는 더 늦어져
- 반도체 부족 장기화로 수출용 차량 생산 비중 확대, 현지 점유율 높이고 환차익 ↑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되며, 부족한 반도체를 어떤 시장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을 택했다. 미국 등 주요 격전지에서의 치열한 경쟁, 고환율, 반도체가 덜 들어가는 해외 차종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덕분에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을 선택한만큼 어두운 면도 분명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전례없는 출고 대기기간이 그렇다. 한국 소비자들은 GV80을 구매하려면 계약 후 2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반도체 대란 초기보다 오히려 대기시간이 길어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국내 공장 생산량 중 수출로 이어진 물량의 비중은 최근 2년간 빠르게 커졌다. 현대차 국내 공장 수출 물량은 올해 1~8월(64만 5,379대)로 60%에 육박했다. 2020년 1~8월엔 49.3%, 지난해 같은 기간엔 54.4%였다. 2년 전보다 10%이상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 기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1~8월 수출비중은 55.5%(45만 3,300대)였는데 지난해엔 63.2%로 뛰고, 올해도 62.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9월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0.5% 증가했다. 그러나 내수 판매량은 현대차가 8.1%, 기아가 2% 감소했다. 출고가 밀려 있는 상황에서 내수 판매가 감소한 것은 수출 비중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시장은 국내와 해외 모두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 시장에 중점을 둬 해외 시장에서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올 상반기 10.4%로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약 8.3%에서 1년 반 만에 2%포인트 높아졌다. 글로벌 순수전기차 시장에서는 올 1~8월 22만8588대를 판매해 테슬라, 폭스바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유럽 전체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8.7%에서 9.9%로 높아졌다.
현대차·기아 국내 생산 물량이 내수보다는 수출용으로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글로벌 시장 경쟁이 국내보다 훨씬 치열하기 때문이다. 속도를 늦추면 곧바로 도태되는 해외 시장에서 물량이 없어 못 파는 상황은 현대차그룹에 큰 부담이다. 현대차·기아의 해외 매출 비중은 60~70%에 이른다.
고환율도 해외 판매를 더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 비해 고급 편의사항·옵션을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반도체가 더 많이 쓰이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 때문에 ‘출고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국내에서 GV80를 계약하면 무려 2년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지난달까지 출고대기가 1년6개월이었는데 이달 들어 2년으로 더 길어졌다. 투싼 하이브리드도 13개월 기다려야 한다. 이 차는 미국에선 대기 기간이 길어야 6개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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