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에 벌어진 절도·사기·횡령 등의 재산 범죄는 처벌 안 해
- 박수홍 父, 이점 이용해 친형 아닌 본인이 횡령했다 주장하는 듯
방송인 박수홍의 친형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아버지가 “친형 아닌 내가 횡령했다”며 주장한 사실이 언론 보도에 통해 알려진 뒤 친족 간의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의 존폐 논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7일 박수홍의 친형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과정에서 박수홍의 부친이 돈을 횡령한 것은 친형이 아닌 본인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 주체가 형이 아닌 부친이 되면 친족상도례 규정에 적용될 수 있어 부친으로서는 온 가족이 재산 분쟁에서 벗어날 ‘묘수’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사기·횡령 등의 재산 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그 외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를 통해 공소를 제기해야 친고죄를 적용한다.
친족상도례는 가까운 친족일수록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친족간의 범죄에 대해서는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되었다. 이후 친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데다 친족을 대상으로 한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현실에 맞게 손질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족상도례 개정은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차례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4대 국회 때 친족상도례 적동 대상 중 동거가족을 제외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고, 19대 국회에선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성년후견인의 재산 범죄에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이 시도되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20대 국회 역시 19대와 유사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국회에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친족상도례를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친족상도례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병훈 의원도 사기와 공갈, 횡령과 배임에 한 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장철민 의원은 피해자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친족간에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개정안을 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은)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개정에 동의했다.
한편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2월 ‘입법과 정책’에 ‘친족상도례 개정 방안에 관한 소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국민 여론이 친족상도례의 부당함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조사관은 이 제도가 가정에까지 공권력이 개입하는 걸 막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아내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 지갑에서 소액의 생활비를 훔치거나, 자녀가 학원 교재비라 속이고 받은 용돈을 군것질에 쓴 것까지 수사기관이나 국가형벌권 개입을 허용하는 건 과도하다”고 했다.
그러나 “별거 중인 배우자나 자녀를 버리고 떠났던 부모를 통상의 부부나 부자관계로 바라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억울함이나 가해자의 죄질 등이 형면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획일적으로 피해자 호소에 귀를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친족에게 형을 면제하는 규정을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 같은 소추조건 규정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법조계에서는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는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걸 막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합헌 입장을 유지한다. 2015년 4월 “공무원인 직계혈족에게 재산을 편취당하고도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은 물론 징계처분도 불가능하게 됐다”며 청구된 헌법소원 사건은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대법원은 2013년 9월 친족상도례를 형법상 재산범죄는 물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재산범죄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현재까지 이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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