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째 급여 제자리 日 기업, 美·대만에 인재 뺏긴다

- 반도체·전기차 인재 잇따라 뺏기는 日 기업
- 태국 수준의 연봉에 엔저까지

일본기업들이 미래산업의 주축인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분야에 있어 전문인재들을 잇따라 빼앗기고 있다. 연봉이 태국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기록적인 엔저까지 겹쳐 전문 인재들이 일본 기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닛케이신문

20일 니혼게아지아신문(닛케이신문)은 올들어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와 전기자와 관련한 인재를 미국·대만의 경쟁사들에게 대거 뺏기고 있다. 해외 경쟁사들은 기존 연봉의 1.5~2배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일본 기업의 인재들을 대거 뺏어가고 있다.

전기차 관련 전자부품을 개발하는 한 일본 기업의 경우, 미국에서 채용한 3년 차 엔지니어를 미국 기업에 뺏겼다. 뺏어간 미국 기업은 이 엔지니어에게 기존 연봉의 1.5배에 해당하는 15만 달러 (약 2억 1,510만 원)을 보장했다.

일본 기업에 전문적으로 인재를 소개하는 미국 구인 정보회사 액터스컨설팅그룹 담당자는 "경험 있는 전자공학 계통 기술자가 미국 기업의 고액 스카웃 타깃"이라고 말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도 일본 기업의 인재를 두 배 가까운 연봉으로 유혹하고 있다. TSMC는 요코하마 일본 법인 등에서 100명이 넘는 전문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인재 쟁탈전에서 특히 고전하는 시장이 미국이다. 반도체 산업 지원법 제정과 전기차 전환에 맞춰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미국 생산공장의 신증설을 발표하면서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미국 구인검색 사이트 '인디드'에서 반도체 업종의 구인게재수 당 구인건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7월에 비해 64% 증가했다. 전기차 분야는 2.6배 늘었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전문인재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미국에서는 상당수 엔지니어들이 육아와 간병을 위해 노동시장을 떠났다. 1960년대생 베이비붐 세대들의 조기퇴직까지 겹치면서 인재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수급이 빠듯해지자 엔지니어의 연봉은 급등하고 있다. 스위스 인재파견 기업 아데코그룹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반도체 기술자가 회사를 옮길 때 제시받은 연봉은 평균 12만 503달러였다. 1년 전보다 18% 올랐다. 전기차 기술자의 연봉은 19% 오른 9만 6,751달러였다. 두 업종 모두 지난 5년간 가장 큰 폭으로 연봉이 뛰었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는 7,000명이던 엔지니어를 1만 5,000명으로 늘리면서 기술 부문의 보수 체계를 정보기술(IT) 대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배터리 엔지니어는 임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기 디플레의 영향으로 30년째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일본의 급여는 태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컨설팅 회사 머서재팬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제조업체의 매니저급 직원은 평균 18만 6,574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2019년에 비해 8% 늘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평균 연봉은 두 자릿수 증가했다. 반면 일본의 평균 연봉은 2% 오른 10만 2,972달러로 태국(9만 5,637달러)와 비슷했다. 여기에 엔화 가치가 3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인재들이 더욱 일본 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경기후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용을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력 삭감에 착수했고, 메타는 채용을 동결했다. 재고조성에 나선 반도체 분야에서도 인원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닛케이신문은 "미래산업의 인재 수요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시장의 수준에 맞게 임금을 올리지 못하면 일본은 글로벌 인재획득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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