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라지나, 고금리에 월세로만 세입자 몰려

그동안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내 집 마련’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던 전세 제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최근 계속되는 금리 인상 속에 대출 금리가 치솟자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줄줄이 갈아타면서, 올해 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부동산R114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월세를 낀 주택 임대차 거래량은 19만3266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48.9%를 차지했다. 이 배율은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1~9월 기준 최고치다.

특히 서울은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주택 유형에서 월세 거래 건수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 기간 월세를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7만33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733건)과 비교해 24% 이상 늘었다.

2010년 초반 70~80% 수준을 보이던 아파트 전세 거래 비율은 올해 58.9%로 감소했다.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등 다른 유형에서도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 기간 서울 단독·다가구에서 월세를 낀 거래는 8만7244건으로 전세(4만1709건)의 2배를 넘었다. 다세대·연립 월세 거래 역시 3만5687건으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만 건을 돌파했다.

높은 전셋값과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깡통전세 우려가 맞물리면서 월세가 임대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지급하는 준전세식의 전환이 늘면서 한동안 월세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격은 하락 중인 반면, 월세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5월 2주째부터 24주 연속 하락했다. 9월 전국 월간 주택종합 전세 가격 변동률도 -0.50%로 전월(-0.28%) 대비 하락 폭이 커졌다. 하락세가 이어지는 전셋값과 달리 월세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다. 이달 주택종합 월세 가격은 0.10% 올랐다. 전월(0.15%)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됐지만, 상승세는 여전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 2~3년 전만 하더라도 집주인의 반강제에 의한 월세화가 진행됐다면, 지금은 세입자들이 월세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면서 "전세대출금리가 자꾸 오르는데 비해 월세는 한번 정해지면 2년간 동결된다. 세금 측면에서도 월세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전세는 소득공제를 받아 월세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매시장에서는 거래절벽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아파트 매매는 9831건으로 전년 동기(3만7268건) 대비 약 25%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가장 거래가 활발했던 2015년(9만7505건)과 비교하면 10%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금리가 연이어 인상되면서 올해 7~9월 연속 600건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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