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시간 만에 기적 생환, 두 광부의 생존

- 안동병원서 회복중... “빠르게 건강회복 중, 식사도 잘하고 걷기도 잘한다”
- 서로 의지하며 희망의 끈 붙잡고 버텨... 커피믹스와 모닥불로 생존

221시간 만에 생환한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 생존자 광부 2명이 건강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현재 안동병원 일반 병동 2인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6일 광부들의 가족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아침식사로 죽과 미역국, 계란찜 등의 식사를 하고, 병원 복도를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 제공 : 안동시

선산부(작업 반장) 박정하(62)씨의 가족은 "아버지가 회복이 많이 되셔서 식사도 잘하시고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걸어서 씻으러 가셨다"고 말했다.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모(56)씨의 가족도 "식사 후에 운동 삼아 5~10분 정도 병원 복도를 걷는다"며 "걱정했던 것보다 건강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소량의 죽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식사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안동병원 의료진은 두 사람의 건강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보며, 수일 내 퇴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족들과는 퇴원 시점을 논의할 계획이다.

매몰사고 당시 두 사람은 갱도 내부의 물을 마시고 모닥불을 피우는 등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두 분이) 안에 계실 때 (구조대가 구출통로 확보를 위한 암석제거를 위해)발파하는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다가 안 들리면 실망하기도 했다"며, "두 분이 서로 의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다고 한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광부 가족들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정신력으로 버틴 광부의 모습을 전했다. 보조 작업자 박씨의 조카는 “삼촌이 우리가 처음 대피했을 것으로 예상한 지점이 아니라, 사고 당시 작업장 근처에서 다른 갱도로 탈출할 수 있는지 계속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고 말했다.

작업 반장 박씨의 아들은 “(아버지께서) 일단은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엔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정도 지나니 배고픈 느낌도 사라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두 광부는 사고 발생 전에 작업했던 장소 인근에서 구조됐다. 발견 당시 두 사람은 폐갱도 내에서 바람을 막기 위해 사방을 비닐로 쳐놓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뎠다. 비닐은 작업장 내에서 장비 등을 덮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었고 모닥불은 주변의 마른 나무들을 활용했다. 이들은 괭이를 활용해 직접 탈출로를 파내기도 했다.

갱내 온도가 13~15도에 불과해 자칫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비닐과 모닥불 등을 활용해 대피 장소를 만들며 버텼다. 의료진은 구조 당시 두 사람의 체온이 34~35도로 저체온증이 심각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두 광부는 작업 당시 챙겨간 물 10ℓ와 믹스커피 30봉을 먹으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고립자들은 가지고 있는 믹스커피를 밥처럼 드시며 버텼다”고 전했다. 이들은 믹스커피를 조금씩 나눠마시며 버텼고, 식수가 떨어지자 갱도 내 지하수를 마시기도 했다. 보조 작업자 박씨는 조카는 "(삼촌이) 지하수로 목을 축일 때 토하고, 힘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조 당시 두 사람은 모두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당분과 칼로리가 높은 믹스커피가 위기 상황에서 '비상 식량'의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믹스커피에는 지방, 탄수화물, 당류 등 생존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다. 믹스커피 1봉의 열량은 대략 50kcal로, 3~4봉지면 밥 한 공기의 열량을 채울 수 있다.

A사의 믹스커피 제품은 나트륨 5mg, 지방 1.6g, 탄수화물 9g, 당류 6g, 포화지방 1.6g이 들어있으며, B사의 제품에는 나트륨 5mg, 탄수화물 8.0g, 당류 5.1g, 지방 1.5g, 포화지방 1.5g이 들어있다.

다만 커피믹스를 '생존 식량'으로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믹스커피 관계자는 "광부 분들이 무사히 귀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 다행이다"라며, “믹스커피가 구호식품이나 식사 대용품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두 광부는 지혜와 정신력으로 버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작업 반장 박씨는 아들에게 "3일째 몹시 배가 고팠는데, 그 뒤로는 배고픈 줄도 잘 몰랐다"며 "조원을 챙기느라 심적으로 힘들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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