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붕괴 14시간 만에 신고, 무너진 토사는 수상한 성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갱도 붕괴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5일 3개 팀 18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린 데 이어 7일에는 붕괴 사고 현장을 감식했다.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가 합동으로 진행한다.

                                                                                       


전담수사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다방면으로 문제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우선 이 광산을 운영하는 업체가 사고 발생 다음 날이 돼서야 119에 신고를 한 이유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하던 작업반장 박정하(62)씨와 보조작업자 박모(56)씨가 갱도가 무너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함께 작업하던 7명 중 2명은 이날 오후 8시쯤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업체 측에서 구조했다. 업체 측은 나머지 2명의 구조가 어려워지자 하루 뒤인 27일 오전 8시34분에서야 119에 신고했다. 사고가 일어나고 14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은 최초 사고 신고가 늦어진 데 대해 "정말 죄송하다. 나름대로 구조하려고 노력했지만 원활하지 않아서 다음날 신고했다. 차후에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붕괴가 일어난 제1 수직갱도(수갱) 지하 46m 지점에서 쏟아진 토사가 어디서 왔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쏟아진 토사가 고운 모래 형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하 46m에 고운 모래 형태의 토사가 자연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광산 업체가 폐기물의 일종인 ‘광미(鑛尾)’를 폐갱도에 메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미는 원광석에 포함된 아연의 순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분말 형태의 찌꺼기다. 광미는 지정된 장소에 야적하는 것이 원칙이다. 폐갱도에 광미를 매립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유해물질이 포함됐거나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지난해 산업부로부터 폐갱도에 광미 등을 채워 넣지 말라는 안전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갱도에 쏟아진 토사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기로 했다. 사고 당시 탈출한 동료 작업자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광산 업체 경영진도 순차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이 갱도는 지난 8월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해 광부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당시 지하 50m 지점에서 채석 작업을 하던 광부 2명이 흘러내린 광석 더미에 미끄러지면서 5m 아래 구덩이에 매몰됐다. 이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은 두 사고를 병합해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사망자가 나온 붕괴 사고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이 업체에 지반 침하와 붕괴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안전명령 조치를 내렸던 만큼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산업부는 당시 “제1 수갱 인근 폐갱도 지표 관통부는 침하와 붕괴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일체의 갱내 충전 작업을 중지하고 인원·차량의 접근을 통제하라”는 안전명령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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